1일 오후부터 뽐뿌, 클리앙 등 인터넷 커뮤니티는 아이폰6 이야기로 뜨거웠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시행 이후 자취를 감췄던 40만∼50만원의 보조금이 아이폰6와 함께 다시 나타났기 때문이다. 네티즌들은 ‘아이폰6 대란’이라며 싸게 파는 곳을 뒤졌다. 일부 휴대전화 매장에는 새벽부터 줄을 서는 광경도 다시 목격됐다. 박근혜 대통령이 “새벽부터 스마트폰을 싸게 사기 위해 줄을 서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던 말이 무색했다.
아이폰6 16GB 모델은 일부 휴대전화 매장에서 10만∼20만원에 판매됐다. 이 제품의 출고가가 78만9800원이니 보조금만 약 60만원 지급된 것이다. 이동통신 3사가 아이폰6 16GB에 책정한 보조금 17만∼25만원을 훌쩍 뛰어넘는 금액이다. 방통위가 정한 법적 보조금 상한선은 30만원이다.
이통사들은 과거처럼 이번에도 남 탓을 하고 있다. 경쟁사가 과다하게 보조금을 줘 방어 차원에서 어쩔 수 없이 대응했다는 것이다. 일부 매장은 제품을 판매할 때마다 이통사로부터 받는 수십만원의 리베이트를 소비자에게 건네는 식으로 보조금을 지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식은 예전보다 더 은밀하고 복잡해졌다. 보조금을 더 주고 현금완납(단말기 가격을 현금으로 다 내고 할부금을 없애는 방식)을 유도하거나 일단 합법적인 보조금만 책정하고 몇 달 뒤 소비자 통장으로 약속한 불법 보조금을 추가로 지급하는 ‘페이백’ 수법 등으로 소비자를 유혹하는 곳도 있다.
단통법 시행 한 달 만에 다시 불법 보조금이 등장한 것은 이통 3사의 과열 경쟁 탓이다. 아이폰6가 초반부터 심상찮은 인기를 모으자 이를 타사 고객 끌어오기의 수단으로 삼은 것이다. 이번에는 LG유플러스가 처음으로 아이폰 판매에 뛰어들면서 경쟁이 더욱 심해졌다.
주말에 휴대전화 개통 업무를 하는 것도 아이폰6 대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주말에 이통 3사가 모두 신규가입, 기기변경, 번호이동 업무를 한 것은 2011년 이후 3년 만이다. 아이폰6 예약 가입자가 몰리자 이통사들은 정부에 주말 동안 개통 업무를 할 수 있도록 요청했고, 정부 등과 협의를 통해 전산을 열었다.
2일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뒤늦게 아이폰6 대란 소식을 들은 네티즌들이 ‘좌표’를 알려 달라는 글이 올라왔다. ‘좌표’는 싸게 파는 매장 전화번호, 홈페이지 등을 의미하는 은어다. 단속을 우려한 판매점들이 밴드 등 폐쇄형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정보를 흘리면서 일부만 가격 정보를 알게 됐기 때문이다.
예약 구매를 통해 제값을 주고 아이폰6를 산 일부 고객들은 불법 보조금을 준 매장을 찾아서 신고하겠다고 성토하고 있다. 단통법으로 적어도 ‘호갱님’(정보가 부족해서 폰을 비싸게 사는 어리숙한 고객)은 없다는 믿음을 가졌는데 바보가 됐다는 불평도 나온다.
방통위는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통 3사 관계자를 긴급 호출해 강력 경고했다. 방통위는 시장 조사를 한 뒤 불법 정도가 심하다고 판단하면 과징금을 부과할 계획이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새벽 ‘아이폰6 대란’ 단통법 무력화
입력 2014-11-03 0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