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값 인상 국회 논의 본격화… 정말 국민건강을 위할까?

입력 2014-11-03 02:30
호주는 2012년 12월부터 색깔, 브랜드 이미지, 로고 등을 제거하고 흡연 경고 사진만을 담뱃갑에 표시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프랑스도 지난 9월 모든 담배 포장을 동일시하는 정책을 실시한다고 밝혔다.한국금연운동협의회 제공

정부는 지난 9월 담뱃값 인상안을 발표하면서 그 목적이 국민건강 증진에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는 2005년 세계보건기구(WHO) 담배규제기본협약(FCTC)을 비준한 이후 10년이 지나도록 담뱃갑 경고그림 부착 등 협약 내용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 비가격적 금연정책을 소홀히 하다가 국민 건강을 위해서는 담뱃갑 인상이 필수적이라는 정부 논리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담뱃값을 올리는 것은 국민건강 증진 목적”이라며 “세수를 늘리는 것은 그 수단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동안 기재부는 이와 상반된 논리를 펴왔다. 2012년 10월 보건복지부가 담뱃갑에 경고그림 부착 신설 규정을 담은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 입법예고 과정에서 부처 의견을 수렴할 때 기재부는 ‘반대 의견’을 냈다. 기재부는 지난해 10월 담배사업법 헌법소원 사건 공개변론장에서 법률대리인을 통해 “담배는 기호식품으로 흡연권 역시 헌법상의 권리”라는 입장을 밝혔다. 폐암환자, 임산부 등 청구인들이 “담배의 제조·판매·수입을 규정하고 있는 담배사업법은 헌법상 행복추구권 등을 침해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제기했고, 담배사업법 소관부처인 기재부는 흡연에 ‘관대한’ 입장을 제시한 것이다.

기재부의 이런 입장은 FCTC에 위배된다는 지적이다. 이 협약은 담배의 중독성과 치명성을 전제로 정부가 담배 규제를 위해 공중보건 정책을 수립·시행해야 한다는 의무규정을 담고 있다. 이 협약에 따라 WHO 176개 회원국 중 이미 70개국은 담뱃갑에 경고그림 삽입을 도입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캐나다는 2000년 성인 흡연율이 24%였지만 2001년 경고그림 도입 후 2002년 21%, 2006년 18%까지 하락했다. 2012년 11월 국제금연정책평가프로젝트팀도 한국조사 결과 보고서에서 “담뱃값 경고그림 도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호주와 프랑스는 경고그림 도입도 모자라 최근 모든 담뱃갑 디자인을 통일시키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이에 비해 우리 정부는 지난 9월 담뱃값 인상안 발표 이후인 지난달에야 경고그림 삽입을 위한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돈 안 들어가는 비가격 금연정책보다 서민 부담이 커지는 가격 정책을 먼저 추진한 셈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입법예고를 거쳐 정부 목표인 내년 1월 관련 법안이 국회를 통과한다 해도 내년 하반기부터나 담뱃값에 경고그림이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