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과 친밀모드, 日과 거리두기… 朴대통령 외교방정식 바뀌나

입력 2014-11-03 02:44

오는 9일부터 무려 9일 동안 해외순방에 나서는 박근혜 대통령의 행보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다자외교 무대에서 일관되게 보여왔던 박 대통령의 대중(對中)·대일(對日) 스탠스가 달라질지가 관전포인트다.

박 대통령은 유독 중국과 일본에 관한 한 사뭇 다른 정상외교를 펼쳐왔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는 상호 국빈방문뿐 아니라 각종 다자회담에서 반드시 한 번 이상 양자회동을 하며 친밀함을 보여준 반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는 단 한 번도 독대한 적이 없을 정도로 원거리를 취해왔다. 한마디로 ‘대중 밀월, 대일 소원’ 정상외교였던 셈이다.

청와대는 박 대통령이 10∼11일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열리는 제22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 시 주석과 양자회담을 갖는다고 2일 밝혔다. 시 주석과의 5번째 정상회담이다. 지난해 6월 중국 방문, 같은 해 10월 APEC 정상회의, 지난 3월 네덜란드 헤이그 핵안보정상회의, 지난 9월 시 주석의 한국 방문 등에서 정상회담이 이뤄졌다. 지난해 9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선 공식회담 없이 따로 만나 환담을 하기도 했다. 정부 소식통은 “그만큼 한·중 관계가 여러 면에서 포괄적 협력을 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했다. 박 대통령은 시 주석을 만날 때마다 양국 관계의 지속적 발전은 물론 남북 문제까지 거론하며 “북한이 핵 개발에 나서지 않도록 중국이 역할을 다해달라”고 요청해왔다.

반면 박 대통령이 아베 총리와 회담한 적은 단 한 번에 불과했다. 지난 3월 헤이그에서 열린 한·미·일 3국 정상회담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강력한 요청으로 이뤄졌다. 다른 다자회담에선 동선이 겹치는 경우를 제외하면 따로 만나거나 한 적이 없다. 따라서 이번 APEC에서도 한·일 양자 정상회담 가능성은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는 게 정부와 외교가의 전망이다. 다만 일시적인 조우 정도는 가능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박 대통령은 APEC을 비롯해 제17차 아세안(ASEAN)+3 정상회의 및 제9차 동아시아정상회의(EAS), 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9∼16일 중국 베이징, 미얀마 네피도, 호주 브리즈번을 연쇄 방문한다. 네피도에서 열리는 EAS와 아세안+3 정상회의는 박 대통령이 미얀마 정상과 함께 조정국 정상 자격으로 회의를 공동 주재한다. 15∼16일에는 브리즈번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 일정을 소화한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