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시행 이후 처음으로 불법 보조금 사태인 ‘아이폰6 대란’이 발생했다. 2일 새벽 서울시내 곳곳의 휴대전화 판매점에서 아이폰6를 10만∼20만원대에 판매해 소비자들이 길게 줄을 서는 소동이 빚어졌다. 판매점들이 불법 보조금에 해당하는 페이백(일단 할부원금을 정상 책정하고 난 뒤 소비자에게 현금을 내주는 방식) 등의 수법으로 호객 행위를 하는 바람에 소비자들이 밤새 일부 매장에서 장사진을 친 것이다. 단통법이 시행 한 달 만에 무용지물이 되는 순간이다. 이틀 전까지만 해도 시간이 지나면 단통법이 성공적으로 정착될 것이라던 정부의 호언장담이 무색해졌다.
이번 대란을 불러일으킨 제품은 아이폰6의 16GB 모델이다. 출고가는 78만9800원이다. 이동통신사들이 공시한 최대 보조금 25만원 정도와 대리점 재량 보조금 15%를 합쳐도 실제 최저가는 50만원선이다. 그런데 판매점들이 법상 허용된 보조금 이상을 내놓아 가격이 10만원대까지 낮아진 것이다. 이번 사태는 이통 3사가 아이폰6 출시를 계기로 대규모 판매촉진금을 풀고, 판매점들이 이통사들부터 받는 리베이트를 일부 포기하면서 나타난 것으로 추정된다. 1년에 단 한 번 신제품이 나오는 아이폰 시장의 기선을 제압하고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이통사들이 예전처럼 진흙탕싸움을 벌인 것이다.
누구는 싸게 사고, 누구는 비싸게 사는 일은 앞으로 더 이상 없을 것이라던 정부의 말은 허언이 됐다. 31일 출시 때 아이폰6를 제값 주고 산 사람들만 바보로 만들었다. 이로 인해 또다시 ‘호갱’(호구+고객)이 된 사전예약 구매자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2일 이통 3사 관계자들을 긴급 호출해 엄중 경고하고 과징금 부과 등을 위한 조사에 나섰으나 앞으로 제2의 대란이 나오지 말란 법이 없다. 불법 보조금 연결고리 파악이 쉽지 않아 대란을 사실상 주도한 이통사와 대형 대리점들은 처벌 대상에서 빠지고 영세 판매점들만 제재를 받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간 정부가 단통법 개정 움직임에 우려를 표명하면서 요금·서비스 경쟁 등 긍정적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아이폰6 대란 사태가 이를 정면으로 뒤집은 셈이다. 가격 경쟁이나 통신요금 인하 등 소비자 편익은 뒷전이고 가입자 빼앗기에만 혈안이 된 이통 시장의 구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줬을 뿐이다. 정부가 이제는 적극적으로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 단통법 시행 이후 소비자 부담과 불만이 더 높아진 점을 감안, 보조금 상한제와 요금 인가제 폐지 등의 개선 방안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사설] 아이폰6 대란으로 웃음거리된 단통법
입력 2014-11-03 0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