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 앞에선… 진보·보수 따로 없더라

입력 2014-11-03 02:38
전·현직 공무원 12만명이 1일 서울 여의도공원 문화마당을 가득 메운 채 ‘연금 개악 저지를 위한 공무원·교원 총궐기대회’를 갖고 있다. 바로 옆 도로에는 이들이 전국에서 타고 온 전세버스가 다섯줄로 길게 주차돼 있다. 연합뉴스

공무원연금을 개혁하려는 정부와 여당에 맞서 전국의 전·현직 공무원·교사들이 똘똘 뭉쳤다. ‘연금’ 앞에선 보수와 진보, 세대·지역의 갈등은 흔적 없이 사라졌다. 사사건건 대립하던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도 나란히 참가해 한목소리를 냈다.

1일 서울 여의도공원 문화마당에서 열린 ‘연금 개악 저지를 위한 공무원·교원 총궐기대회’에는 전·현직 공무원과 교사 12만명(경찰 추산 9만5000명)이 참가했다. 공무원 집회로는 정부 수립 이후 최대 규모다.

각종 교육 현안과 이념 논쟁에서 대립각을 세워온 진보진영의 전교조와 보수진영의 한국교총도 이날만큼은 손을 잡았다. 공무원연금 투쟁협의체인 ‘공무원연금 개악 저지를 위한 공동투쟁본부’(공투본)에는 합법노조인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공노총)과 법외노조인 전국공무원노조(전공노) 등 진보 성향 단체는 물론 여러 보수 성향 단체까지 50여곳이 참여했다.

이들은 하나같이 새누리당 개혁안이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새누리당은 소속 의원 158명 전원이 서명한 공무원연급법 개정안을 지난달 27일 발의했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1998년 9급으로 임용돼 6급으로 퇴직하는 공무원은 현재보다 기여금을 17% 더 내고 연금을 15% 적게 받는다. 현재 60세 이상인 연금 지급 연령은 2031년까지 65세 이상으로 조정된다.

자유발언을 위해 연단에 오른 공무원 A씨는 “첫 출근하던 날, 선배님은 ‘월급이 좀 적지. 하지만 우리에겐 연금이 있잖아’라고 말했다”며 “박봉으로 공직에 헌신했는데 이제 와서 연금을 삭감하는 행위를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내년 퇴직을 앞둔 경북의 지방공무원 B씨는 “공무원 생활을 시작할 때 월급은 당시 직장인의 30% 수준인 2만5000원이었다. 1970년대 새마을운동 때부터 지금까지 정신없이 일했는데 퇴직하려니 연금을 삭감하려 해 분통이 터진다”고 했다

공투본은 “새누리당이 직접적 이해당사자인 공무원·교원과 논의 없이 공무원연금 개악안을 일방적으로 발표했다”며 “공적연금 기능을 잃게 하는 안을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공투본은 투쟁협의체 명칭을 ‘공적연금 강화를 위한 공동투쟁본부’로 변경했다. 공무원연금뿐 아니라 사학연금 군인연금 등 모든 특수직역연금과 국민연금까지 논의 테이블에 올리자는 취지다.

공투본은 범국민대책기구를 구성하고 ‘복지국가 어젠다’를 도출해 내년 11월 1일에 발표하기로 했다. 3일부터 새누리당의 공무원연금 개혁안에 대한 찬반투표도 추진할 계획이다.

전수민 기자 suminis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