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재벌 보유 현금 125조… 실적 부진에도 16조 불어나

국내 10대 재벌이 보유한 현금이 125조원을 넘어섰다. 올 들어 16조원이 늘어난 것이다. 일부 기업은 실적 부진 속에도 곳간에 현금성 자산이 쌓였다.

2일 재벌닷컴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현재 매출 기준 국내 10대 재벌이 보유한 현금자산(연결기준)은 125조4100억원으로 지난해 말의 108조9900억원보다 15.1%(16조4200억원) 증가했다. 현금 보유액은 기업이 보유한 현금과 현금성 자산, 단기금융상품(단기매도 가능 금융자산) 등을 합친 금액이다.

기업별로 보면 삼성전자의 현금 보유액이 지난해 말 54조5000억원에서 올해 9월 말 66조9500억원으로 22.9%(12조4500억원) 불어나 10대 재벌 중 가장 많이 늘어났다.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이 153조4800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9.4%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19조7400억원으로 30.7% 급감하는 등 실적이 대폭 악화됐지만 현금 보유액은 늘었다.

현대자동차의 현금 보유액도 같은 기간 21조7500억원에서 25조600억원으로 9개월 새 15.2%(3조3100억원) 늘어났다. 현대차의 3분기 영업이익은 9.7% 줄어들어 수익성이 나빠졌다.

LG디스플레이도 올해 3분기 누적 매출과 영업이익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10% 이상 감소했으나 현금 보유액은 2조3600억원으로 작년 말보다 1.8%(400억원) 증가했다.

LG전자와 현대모비스, SK하이닉스 등 3개사는 올해 실적 호조로 현금 보유액도 크게 늘어난 경우다. LG전자는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이 50.2% 급증해 현금 보유액도 3000억원 증가했다. SK하이닉스와 현대모비스도 작년 말보다 30% 이상씩 늘어난 3조7000억원과 3조3900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반면 현대중공업과 포스코, SK이노베이션 등 3개사는 영업실적 급락 여파로 현금 보유액도 급감했다. 경영 악화로 임원 30%를 감원한 현대중공업은 현금 보유액이 4700억원 감소했다. 포스코는 1조6500억원, SK이노베이션은 1500억원이 각각 줄었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