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비정규직 근로자 수가 600만명을 넘어섰고, 그들의 정규직 전환 비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일부 사용자들은 현행법상 정규직 전환 의무를 회피하기 위한 ‘쪼개기 계약’을 동원하고 있다. 급기야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런 편법 계약을 막을 제도적 방안을 포함한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연내에 발표하겠다고 2일 밝혔다. 비정규직의 고용불안을 부추기는 편법적 쪼개기 계약을 차단하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본다.
이 장관은 쪼개기 계약의 당사자 대부분이 처음 입직하는 청년들이라는 점을 들어 “사업주가 부당하게 대우하면 이들이 기업에 대해 반감을 가지는 등 장기적으로 좋지 않은 결과를 낳는다”고 말했다. 기간제법에 따르면 2년 이상 일한 기간제 근로자는 정규직으로 전환돼야 한다. 하지만 일부 사업주는 근로자와 여러 차례에 걸쳐 초단기 쪼개기 계약을 체결해 정규직 전환을 회피하고 있다. 최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중소기업중앙회 소속 비정규직 여성 근로자의 경우 3·6·2·4·2·4·2개월 등 무려 7차례나 쪼개기 계약을 반복한 것으로 드러났다.
비정규직 문제는 우리나라의 경우 너무 많다는 것과 그들에 대한 차별과 고용불안이 심하다는 점으로 집약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비정규직 근로자는 607만7000명으로 지난해보다 2.2% 늘었다. 비정규직 근로자가 600만명을 넘어선 것은 2002년 관련 조사를 시작한 이래 처음이라고 한다. 특히 20대와 30대가 차지하는 비율이 35%를 넘은 것도 불안하다. 젊은층에서 비정규직이 늘어나는 것은 결혼 및 출산 기피로 직결된다. 더 나아가 사회불안 요인이 되기도 한다.
임금과 처우 면에서 정규직과의 격차도 확대되고 있다. 정규직 근로자의 6∼8월 평균 임금이 260만4000원으로 전년비 2.3% 증가했지만 비정규직 임금은 145만3000원으로 1.8% 증가하는 데 그쳤다. 정규직의 국민연금 가입률은 82.1%로 1년 전보다 0.9% 포인트 높아졌지만 비정규직은 44.7%로 4.5% 포인트 낮아졌다. 또한 건강보험 가입률도 정규직이 84.1%로 0.6% 포인트 올라간 것과 달리 비정규직은 44.7%로 1.5% 포인트 내려갔다. 정규직 전환도 너무 어렵다. 지난달 26일 나온 OECD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비정규직은 채용 3년 후 정규직 전환 비율이 22.4%로 조사 대상 16개 회원국 평균 53.8%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 가장 큰 욕이 “비정규직이나 돼라”라고 한다. 비정규직은 이렇듯 한 번 비정규직이면 벗어나기 어려운 ‘낙인’과도 같은 이미지가 고착화되고 있다. 패자부활 가능성과 계층 이동성을 높인다는 차원에서도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과 이들의 고용불안을 완화하는 데 정부의 힘을 모아야 한다. 그러지 않고는 청년실업, 결혼과 출산 기피, 소득 불평등과 양극화 심화 등을 해소할 실마리를 찾을 수 없다. 비정규직 종합대책에는 차별시정 절차의 내실화를 포함한 구조적 접근, 당근과 채찍을 병행하는 체계적 현장대응책이 담겨야 할 것이다.
[사설] 비정규직 차별과 고용불안 완화할 현장대응책 세워야
입력 2014-11-03 0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