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간선거가 이틀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이번 선거가 역대 중간선거 중 가장 돈이 많이 드는 선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엄청난 규모의 검은돈이 뿌려지면서 미국 민주주의가 일부 부자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쪽으로 왜곡되고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워싱턴DC에 본부를 둔 선거자금 감시단체인 ‘책임정치센터(CRP)’는 1일(현지시간) 이번 중간선거 과정에서 최소한 37억 달러(3조9479억원)가 사용될 것으로 예상했다. 지금까지 최대치였던 2010년 중간선거 지출을 약간 넘는 수준이다. CNN방송에 따르면 이는 미 정부가 에볼라 바이러스 퇴치를 위해 쓰겠다는 예산의 10배, 최신예 F-18 전투기 25대 구입비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이 금액의 큰 몫은 민주·공화당과 각 후보가 선거운동원에게 지급한 보수와 광고, 투표참여율 제고 활동비 등 각종 선거운동에 드는 비용이다. 이들 자금의 출처와 쓰임새는 투명하게 드러난다.
문제는 나머지 상당 부분이 출처 불명의 ‘다크 머니(검은돈)’라는 점이다. 다크 머니는 주로 비영리 시민단체들과 정치자금 모금단체인 ‘슈퍼팩(PAC·정치활동위원회)’ 등에 기부된 돈이다. 특정 정당 후보의 정책을 지지하고 상대 후보를 비방하는 선거 광고의 비용으로 쓰이는 경우가 많다.
로버트 맥과이어 CRP 선임연구원은 “이번 중간선거 과정에서 최소 10억 달러(1조670억원) 이상의 다크 머니가 뿌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간선거 총지출의 최소 25%가 다크 머니인 셈이다.
선거판의 다크 머니는 당국에 신고되지 않고 오로지 선거광고 구입과 세금환급 과정을 통해서만 추적이 가능하다. 특히 이번 선거에 투입되는 다크 머니의 규모는 2012년 대선보다 최소 3배, 2010년 상·하원 중간선거보다 17배나 증가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다크 머니의 등장은 미 연방대법원이 지난 4월 개인이 공직선거 후보자나 정당 등에 건네는 선거자금 기부 총액을 제한하는 연방선거법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리면서 어느 정도 예고됐다. 거액 기부자는 총선거 또는 대통령선거에서 특정 후보나 정당에 무제한으로 돈을 뿌릴 수 있도록 금고 자물쇠를 열어놓은 것이다.
선거자금 개혁운동을 하는 이안 밴드워크는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거액 기부자들은 다크 머니로 ‘영향력’을 매수하려고 한다. 그들은 자신들의 지지로 당선된 후보가 누구로부터 도움을 받았는지 알기를 당연히 기대한다”고 말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
美 중간선거 D-2… ‘검은돈’만 10억 달러 역대 가장 비싼 선거 될 듯
입력 2014-11-03 0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