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탐구(Exploring the next door)’
제목만 놓고 보면 누군가의 옆집을 몰래 들여다보는 관음증이 떠오른다. 자칫 은밀해 보이는 이 단어를 건축가에게 대입하는 순간 달라진다.
디자인밴드 요앞의 신현보 소장은 “건축주에게 건축은 먹고 살고 생활하는 공간을 만드는 곳이어서 건축가는 건축주의 가장 사적인 내용까지 모두 듣게 된다”며 “그 과정에서 건축주와 건축가는 서로에 대한 탐구를 하게 된다”고 3일 말했다.
신 소장의 말 대로 건축주는 집을 짓겠다고 결심한 순간부터 의문으로 가득해 진다. ‘내가 살 집은 어떤 모습일까?’라는 원초적 질문에서 시작해 경제적인 문제 도 고려해야 한다. 자신이 원하는 집을 얻으려면 답을 찾아야 한다. 건축주들에게 건축가는 해답을 찾기 위한 조력자다.
7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갤러리정미소에서 열리는 ‘옆집탐구’를 통해 건축가들이 건축주의 집을 들여다보는 다양한 방법을 엿볼 수 있다.
‘옆집탐구전’은 최근 건축에 관한 관점이 바뀌면서 대중과 주거형태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과거 부동산으로 인식하던 건축에 대한 다양한 형태를 보여주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바운더리스의 김윤수, 노션 아키텍쳐 김민석·박현진, 네임리스 건축 나은중·유소래, 디자인밴드 요앞 강민희·김도란·류인근·신현보, IVAAIU시티 플래닝 이동욱, 건축농장 최장원, 그리고 디자인헌터스의 한정훈 등 12명의 젊은 건축가들이 참여했다. 눈길을 끄는 것은 7팀의 건축가들이 20, 30대 젊은 건축가들이라는 점이다.
과거 건축가들은 건축사무소에서 도제시스템으로 10여 년간 교육을 받은 뒤 독립했다. 대개 마흔이 넘어서야 자기 이름으로 일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계속된 건축 경기 불황으로 수많은 건축사무소들이 문을 닫았다. 이러한 안타까운 상황으로 인해 젊은 건축가들은 등 떠밀리듯 독립했다.
신 소장은 “선배 건축가들의 경험을 배우지 못했다는 아쉬움은 크다”면서도 “시행착오는 있지만 젊은 건축가들은 다양한 도전을 통해 새로운 건축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에서도 젊은 건축가들은 설계와 시공 과정 등 전형적인 건축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고 미디어 아트, 일러스트를 비롯한 참신한 방법으로 건축을 이야기하고 있다.
한국의 근대건축 발전을 이끈 김종성씨는 “한국 건축을 위해 젊은 건축가들의 다양한 시도는 고무적인 일”이라고 기대했다.
요앞의 ‘멍집’은 충남 태안군 소원면 파도리 앞에 집을 짓는 건축 단계를 보여준다. 젊은 부부가 결혼 후 귀농해서 살겠다는 고민에서 시작한다. 이들이 건축가를 찾아와 상담하며 건축 형태를 설계하고 시공사와 건축에 들어가는 것을 월별로 정리했다.
바운더리스 ‘위드 썸씽(with something)’은 서울 강남의 한 낡은 건물이 리모델링을 통해 변모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리모델링 이후 지하는 기업들이 사무실을 나눠 쓰는 공간이 됐고, 지상층은 셰어 하우스로 변했다.
건축농장의 최장원 소장은 ‘비밀의 화원’을 통해 현대인에게 집은 무엇일까를 미디어아트 형식으로 질문하고 있다. 최 소장은 국립현대미술관의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 우승팀인 프로젝트팀 ‘문지방’의 일원이다. 그는 현대인에게 자신의 이야기와 삶을 기록할 수 있는 ‘마당’이나 ‘골방’ 같은 공간이 필요하다면서 집을 ‘자신만의 비밀 화원을 통한 새로운 정주 방식’이라고 정의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청년 건축가들 이웃집을 엿보다… 대학로 갤러리정미소 11월 7일까지 ‘옆집 탐구’展
입력 2014-11-04 02:11 수정 2014-11-04 19: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