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꼼수 부리지 말고 독립기구에 선거구 획정 맡겨라

입력 2014-11-03 02:10
최대 3대 1까지 허용한 현행 국회의원 선거구별 인구편차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는 현역 국회의원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인구 하한선에 미달하는 지역구를 존속시키는 대신 늘어나는 지역구 의원만큼 비례대표 의원수를 줄여 19대 국회와 마찬가지로 의원정수 300석을 유지해야 한다는 여론이 농어촌 지역 의원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심지어 이참에 국회의원 정수를 늘리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성곤 의원은 “현재 의석수가 유지된 게 30년이 넘었다”며 “그동안의 인구 증가 등을 감안하면 의석수를 늘릴 때가 됐다”고 주장했다. 500석까지 늘리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는 군소정당도 있다.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 의원이 비단 김 의원 한 명만은 아닐 것이다. 의원들은 이런 주장을 하기에 앞서 억대 연봉에 걸맞은 활동을 했는지 스스로를 돌아보는 게 먼저다. 걸핏하면 싸움질이나 일삼는 지금의 국회의원도 많다는 게 일반적인 국민 정서다.

정치권은 헌재가 선거구별 인구편차를 4대 1에서 3대 1로 줄이라고 결정한 이후 실시된 17대 총선을 앞두고 의원정수를 273명에서 299명으로 늘린 전례가 있다. 헌재의 헌법불합치 결정 취지는 이런 것이 아니었는데도 정치권은 국민 여론과 정면 배치되는 짓을 아무 거리낌 없이 자행했다. 선거구 획정 권한이 지금처럼 국회에 있는 한 다음 총선에서도 이럴 개연성이 없지 않다.

선거구 획정 권한을 국회가 아닌 독립적이고 중립적인 기관이나 기구에 맡겨야 정치권 꼼수와 이해관계에 따라 지역구를 떼었다 붙이는 게리맨더링을 막을 수 있다. 김문수 새누리당 보수혁신특별위원장은 “의원들이 선거구 획정을 하지 못하도록 선거관리위원회에 (그 권한을) 맡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정치연합 원혜영 정치혁신위원장 또한 “선거구획정위원회를 독립 기구화하고 거기서 결정된 것을 국회가 그대로 수용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야의 다짐이 현 국면을 모면하기 위한 립 서비스에 그치지 않도록 국민의 철저한 감시가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