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학회는 지난달 31일과 1일 충남 아산 온천대로 온양관광호텔에서 ‘평화’를 주제로 제43차 정기학술대회를 열었다.
주 강사인 미국 예일대 신학대학원 원장 그레고리 스털링(사진) 박사는 ‘장벽이 아니라 다리로서의 종교’를 제목으로 “기독교는 타 종교의 전통에 대한 배타주의를 버리고, 포용적 태도를 가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스털링 박사는 먼저 “예루살렘에 머물고 있던 2000년 팔레스타인의 반이스라엘 저항운동인 ‘인티파다’를 목격하고, 이듬해 미국에서 9·11 사태를 겪으며 자신들의 종교만이 유일하게 인정받아야 한다는 종교적 배타주의가 얼마나 치명적 결과를 낳는지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기독교 역시 배타적 태도로 손에 많은 피를 묻혀 왔기 때문에 평화의 화신이라고 확신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스털링 박사는 사도행전 17장에 나온 사도바울의 ‘아레오바고에서의 설교’를 포용적 태도를 가져야 할 근거로 들었다. 그는 “바울은 에피쿠로스와 스토아학파 철학자들과 쟁론 후 아테네의 아레오바고 언덕에서 ‘신은 우주와 그 안에 있는 모든 것의 창조자이며, 인간이 제공할 수 있는 어떠한 것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인류는 통일성이 있지만 동시에 전 세계에 흩어져 있다’ ‘신을 우상의 형태로 만들어선 안 된다’ ‘회개해야 한다’고 강론했다”며 “이는 그리스 철학의 주제와도 일맥상통하는 내용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바울은 아테네 사람들에게 하나님을 이해시키기 위해 그리스 철학에 개방적 태도를 취한 것”이라며 “이 같은 바울의 태도는 ‘포용주의’에 가깝다”고 말했다.
스털링 박사는 “포용주의란 기독교에 비춰 다른 종교의 전통을 판단하는 것”이라며 “우리는 다른 종교들의 가치를 무조건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그리스도에게 흔들리지 않는 충성을 맹세하며 편협하지 않은 크리스천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단 ‘세상의 모든 종교가 다 절대자(신)에 이르는 길이며 기독교도 그중의 하나’라고 주장하는 다원주의는 경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기독교학회 유석성(서울신학대 총장) 회장은 “기독교의 복음은 평화의 복음이며 예수 그리스도는 평화 그 자체이시다”며 “평화를 만드는 사람이 되는 것은 그리스도인의 과제”라고 말했다.
아산=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
“종교적 배타주의 치명적 결과 기독교는 포용적 태도 가져야” 기독교학회 43차 학술대회
입력 2014-11-03 02: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