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카드의 디자인 사랑은 유별나다. 카드 혜택에만 집중한 게 아니라 돈을 내고라도 갖고 싶은 카드플레이트를 만들어낸다. 또 다른 회사와의 협업을 통해 ‘잇워터’ ‘잇와인’ ‘마이택시’ 등 현대카드의 디자인 역량을 접목시킨 다양한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봉사도 남다르다. 가장 잘하는 디자인 기부에 나선다. 제주도 올레길 위치와 코스를 알려주는 이정표 그리고 버스정류소가 현대카드의 손을 거쳐 탄생했다. 현대카드는 직원들이 지속적으로 ‘현대카드스러움’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양질의 콘텐츠를 보유한 정보자료실을 운영하고 있다.
서울 여의도 현대카드 본사에 위치한 정보자료실은 도서관이라기보다는 문화공간이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나무서가에 오래된 책 냄새가 풍기는 기존의 도서관 대신 깔끔한 하얀 테이블과 짝을 이룬 검은색 의자들, 줄지어 서 있는 하얀 서가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각 서가와 서가 사이에는 큰 창이 나 있어 햇살이 쏟아진다. 그 앞엔 누워도 될 정도의 기다랗고 폭신한 소파가 있다.
직원들은 업무시간 중이라도 언제든 책을 빌리거나 아이디어에 참고할 자료를 찾기 위해 정보자료실을 찾는다. 자료실을 이용하는 시간이 소위 말하는 ‘농땡이’가 아니라 영감을 얻거나 업무 효율을 위한 휴식이라는 암묵적 동의가 있기 때문이다. 팀별로 내려와 회의를 하는 경우도 많다. 직원들의 만남의 장소이기도 하다. 특히 점심시간엔 일찍 식사를 마친 직원들로 더 북적인다.
전문사서로 정보자료실을 책임지고 있는 기업문화팀 구혜영씨는 “여기는 일반적인 도서관과 분위기가 다르다”며 “도서관은 보통 조용하다고 생각하는데 여긴 시끌벅적해 처음엔 적응이 안 됐다”고 웃으며 말했다.
공간 구성뿐 아니라 소장도서도 눈여겨볼 만하다. 장서는 1만6000권으로 월등히 많다고 볼 순 없지만 다른 곳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잡지나 예술서적이 비치돼 있다. 금융회사지만 비즈니스나 경제 분야에만 치중한 것이 아니라 트렌드를 읽고 창의적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는 다양한 분야의 서적을 찾아볼 수 있다.
느림과 단순함을 모토로 일상의 모습을 다루는 감성 매거진 ‘킨포크’를 비롯해 디자인과 비즈니스, 문화 등 전반적인 이슈를 다루는 영국 잡지 ‘모노클’, 세계적인 예술서적 전문 출판사 타센의 책 등은 다른 회사 도서관에는 잘 구비돼 있지 않은 서적들이다. 구씨는 “현재 45종의 잡지를 비치 중인데 시사 잡지뿐 아니라 여행, 라이프스타일 같은 다양한 분야의 잡지도 보유하고 있다”며 “11월엔 직원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잡지들을 늘리는 개편을 시행한다”고 설명했다.
정보자료실 장서 중 또 하나 눈에 띄는 건 여행서적이다. 별도의 서가에 전 세계 국가별 여행 서적이 한가득 꽂혀 있고, 세계 레스토랑 평가지인 ‘자갓’도 입구의 눈에 잘 띄는 곳에 놓여 있다. UX디자인팀 박소연씨는 “평소에도 업무자료를 보기 위해 오지만 특히 휴가 전 여행 계획을 짤 때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디자인과 여행에 대한 현대카드의 관심은 ‘디자인 라이브러리’와 ‘트래블 라이브러리’로 이어졌다. 지난해 서울 가회동에 디자인도서관을, 올해엔 서울 청담동에 여행 서적 1만4700여권을 만나볼 수 있는 여행도서관을 열었다. 현대카드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언제든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다. 각종 전문도서와 희귀도서를 소장하고 있는 것은 물론 공간 설계도 각 콘셉트에 맞게 구성돼 방문객들의 만족도가 높다. 디자인 라이브러리는 관람객이 마치 산책길에 오르는 듯한 느낌이 들도록 내부를 설계했고, 트래블 라이브러리는 동굴 속을 탐험하는 듯한 느낌이 들도록 서가의 구조와 동선을 만들어 여행자의 감성을 자극하도록 구성됐다.
박은애 기자 limitless@kmib.co.kr
국민일보-문화체육관광부 공동기획
주관 :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책 권하는 CEO, 책 읽는 직장-현대카드] 근무중 자료실 방문은 농땡이? 영감 얻는 시간!
입력 2014-11-03 02: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