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가 내 안에 거하고 내 말이 너희 안에 거하면 무엇이든지 원하는 대로 구하라 그리하면 이루리라’(요 15:7)는 말씀을 붙잡고 예수님의 능력에 힘입어 지난 50여년의 세월을 거침없이 앞만 보고 달려왔다.
말씀과 기도로 양육한 딸과 아들도 신실한 믿음의 반려자를 만나 하나님을 섬기는 가정으로 행복하게 살고 있다. 청와대에서 일한 20년을 포함해 33년간의 공무원 생활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KAIST 교수로 온 지도 5년째다. 그동안 KAIST에서 밤낮없이 열정적으로 일했다. 이뤄 놓은 성과도 많다. 지금처럼 KAIST 교수 직함을 더 달고 있다가 퇴임 이후에도 연구원들과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평생을 살아가는 데 별문제가 없다.
그런데 내 삶을 뒤돌아보면 편안하고 문제가 없을 때가 더 문제였고 위기였다. 매너리즘에 빠져 현실에 안주해 쉬운 길을 선택하는 순간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열정이 마비됐다. 이제 KAIST에서 내 능력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은 마무리된 듯하다. KAIST에서 이대로 머물다가는 내가 반드시 해야 할 더 소중한 일을 놓칠 수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지금보다 더 가치 있는 새로운 길을 모색하려고 기도하고 있다.
50년 전 월드비전이 만든 시설에서 공부했던 나는 그때 받았던 사랑의 빚을 갚으려고 ‘월드비전 이사’로 봉사하고 있다. 지리산 자락을 벗어나지 못해 고등학교를 다닐 수 없었던 암울한 시절, 꿈을 키울 수 있도록 배움의 연결고리 역할을 해준 곳은 모교인 대구 성광고등학교다. 지난여름 모교를 방문했을 때 만난 이종진 성광고 이사장은 내게 특별한 부탁을 했다. 단순히 성적이 저조하다는 이유만으로 학업을 포기하고 방황하는 ‘학력 저조 학생들’에 대한 특별지도였다.
내가 KAIST 교수로 부임한 첫해부터 학생들이 재능기부를 위해 설립한 ‘미담장학회’와 인연을 맺어 왔다. 부총장으로 재임하던 2011년 10월 열린 전국 대학교 부총장단 회의에서는 ‘KAIST 미담장학회 과외지도 사례 발표’를 하면서 전국의 대학교로 확산시켰다. 미담장학회는 이제는 대구 등 전국에 재능기부 교육센터로 확산됐다.
5년 전에는 ‘티칭포올코리아’ 설립 이사로 참여했다. 수도권 지역 고등학교의 가난하고 소외된 학생들을 지도하며 봉사하는 일을 하고 있다. 그동안 터득한 노하우로 이제 내게 도움을 주고 사랑을 준 대구 시민과 모교에 빚을 갚는 마음으로 봉사하고 있다.
내가 살아오면서 이룬 수많은 일 중 한 번에 순탄하게 된 일은 결코 하나도 없다. 항상 역경과 고난이 장애물로 도사리고 있었고, 아무리 작은 성과도 몇 번씩 벅찬 장애물을 넘은 뒤에야 이룰 수 있었다. 그러나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않았던 것은 언제나 나의 등 뒤에 나의 길을 인도하시고 지켜 주신 하나님의 은혜가 있었기 때문이다. 요즘 청년들은 꿈이 없고, 쉽게 포기하고 좌절하는 것을 자주 본다. 참으로 안타까운 마음이다. 그들에게 내가 만난 예수님을 소개하고, 꿈과 희망을 품고 도전해 나가도록 ‘드림아카데미’ 개설을 기도로 준비하고 있다. 내가 체험한 진리는 누구든지 예수님을 만나기만 하면 영혼이 구원받아 마음과 생각이 새로워져 운명이 바뀌게 된다는 것이다.
지하에서 생수를 퍼 올리기 위해서는 한 바가지의 마중물이 필요하다. 나는 오늘날 삶을 포기하고 좌절하는 사람들에게 삶의 생수가 솟을 수 있도록 마중물과 같은 역할을 하고자 한다. 나는 누구보다 비참한 환경의 비주류였다. 하지만 예수님을 만난 이후 내 운명이 바뀌니까 기죽지 않고 주류보다 더 누리는 주류로서 인정받으며 살 수 있었다. 이러한 내 경험과 노하우를 이제 우리 사회에 전수하는 것이 인생 2모작, 인생 후반전의 나의 사명이라 생각하며 정진해 나간다.
정리=진삼열 기자 samu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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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11-03 02: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