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아프리카의 부르키나파소(Burkina Faso)에서 최근 군부 쿠데타로 27년간 집권해온 독재정권이 무너졌다. 군부는 시민들이 독재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여준 데 힘입어 쿠데타를 감행했기 때문에 사실상 시민혁명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부르키나파소는 그 나라명에 비하면 ‘혁명’이 많이 늦은 감이 없지 않다.
부르키나파소는 한반도(22만1000㎢)보다 조금 더 큰 27만4200㎢의 영토를 가졌다. 인구는 1723만명이다. 프랑스어가 공용어이고, 토착어도 많이 쓰인다. 그 중에 대표적인 두 토착어에서 각각 한 단어씩 따와 나라 이름을 지었다. 부르키나는 ‘올곧고 강직한 사람들’이라는 의미이고, 파소는 ‘조국’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올곧고 강직한 사람들의 나라’가 국명인 것이다. 그런 올곧음 때문인지 아프리카 주변국에서 각종 분쟁이 발생할 때마다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자주 해왔다.
그런 나라명에도 불구하고 부르키나파소에서 장기집권이 오래 유지됐던 것은 높은 문맹률 때문이었다. 부르키나파소는 1896년에 프랑스 식민지가 돼 1960년에 독립한 이후 군부독재 통치를 받아왔다. 군부는 통치를 쉽게 하기 위해 우민화(愚民化) 정책을 폈고 학교를 대폭 축소했다. 유엔개발계획(UNDP)에 따르면 부르키나파소의 문자 해독률은 올해 기준으로 25.3%로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편에 속한다. 그나마 1990년도의 12.8%에 비하면 크게 증가한 것이다. 여전히 낮은 수준이지만 문자 해독률이 높아지면서 국민들의 민주화 의식도 커진 게 아니냐는 추정도 가능하다.
부르키나파소는 물이 부족한 척박한 내륙국이다. 1인당 국민소득(GDP)도 1666달러(178만원)에 불과하다. 다행스러운 것은 금과 아연, 망간 등 광물자원이 속속 발견되고 있어 이를 바탕으로 경제성장을 도모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발전상을 많이 본받으려 한다. 지난 6월에는 우리와 제1회 한·부르키나파소 정책협의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부르키나파소가 정국 혼란을 조기에 수습해 세계 속의 ‘올곧고 강직한’ 나라로 거듭나길 바란다.
손병호 차장 bhson@kmib.co.kr
[한마당-손병호] 부르키나파소
입력 2014-11-03 0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