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이 재지정 평가에서 미달 점수를 받은 8개 자율형 사립고(자사고) 가운데 경희고 등 6개교를 일반고로 전환시키기로 했다. 학생선발권(면접권) 포기 의사를 밝힌 신일고와 숭문고는 2년간 지정취소가 유예됐다. 교육부는 평가 항목이 불공정한 상황에서 서울시교육감이 월권행위를 하고 있다며 즉각 ‘시정명령’을 내렸다. 6개 자사고는 본격적인 법적 대응에 돌입키로 했다. 수능을 앞두고 학교 현장에 혼란이 계속될 전망이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31일 “기준 미달로 지정취소 대상이었던 8개 학교 가운데 경희고 배재고 세화고 우신고 이대부고 중앙고 등 6개교를 지정취소하고 숭문고와 신일고는 지정취소를 2년간 유예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6곳은 2016년에 일반고로 전환된다. 지정취소가 유예된 2곳은 2016년에 재평가를 받는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날 오전 ‘자율학교 등 지정·운영위원회’를 개최해 종합평가 결과와 함께 지난 27일 우신고를 제외한 7개 학교가 제출한 운영 개선 계획을 심의했다. 조 교육감은 “이번 조치는 서열화된 교육을 수평적 통합교육 체계로 바꾸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교육과정을 정상화하는 작업에 교육부와 자사고가 동참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자사고의 우수 학생 독점을 막기 위해 2016년부터는 모든 자사고가 추첨을 통해 학생을 선발하도록 할 계획이다.
교육부는 평가 항목에 문제가 있다며 자사고 6곳에 대한 지정취소 처분을 즉시 취소하고 결과를 17일까지 보고하라는 시정명령을 내렸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육감 재량평가 영역에 성격이 비슷한 항목이 있고 종합평가 배점이 계속 바뀌는 등 평가 과정에 문제가 많다”며 “서울시교육감의 재평가에 따른 지정취소는 재량권 일탈이자 남용”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자사고 측의 귀책사유가 없는데도 새로운 절차에 따라 소급해 자사고에 불리하게 평가를 진행한 것은 행정절차법을 위반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지정취소 처분을 받은 자사고들도 ‘결사항전’을 예고하고 나섰다. 서울자율형사립고교장연합회는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사고 지정취소는 위법”이라며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김용복 배재고 교장은 “자사고의 재량인 학생선발권과 자사고 지정취소에 연계성을 찾을 수 없다”며 “인성 면접을 중시하는 자사고 학생 선발이 공교육 황폐화를 가져온다는 발상도 전혀 근거 없는 이야기”라고 주장했다. 6개교 교장단은 지난 30일 모임을 갖고 소송대리인을 선임하는 등 본격적인 법적 대응 절차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서울 경희·배재·세화·우신·중앙·이대부고 지정취소…‘자사고 사태’ 결국 법정에 선다
입력 2014-11-01 03: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