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창우 동작구청장‘후보 매수’ 정황 포착

입력 2014-11-01 03:44 수정 2014-11-01 10:49
이창우(44) 서울 동작구청장이 지난 6·4지방선거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했던 문충실(64) 전 동작구청장을 ‘매수’해 후보 단일화를 성사시킨 정황을 경찰이 포착하고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이 구청장은 문 전 구청장에게 금전 지원 및 구청 공무원 인사 지분 보장 등을 약속했던 것으로 경찰은 파악하고 있다. 당사자들은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31일 공직선거법상 후보자 매수 혐의로 문 전 구청장 자택 등 3∼4곳을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 대상에는 양측이 회동한 장소로 지목된 서울의 한 식당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도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후보자를 매수한 혐의로 기소돼 2012년 9월 징역 1년이 확정된 바 있다.

사정 당국에 따르면 이 구청장은 지난 5월 새정치민주연합의 동작구청장 후보로 선출된 직후 선거 판세를 유리하게 만들기 위해 경쟁 후보였던 문 전 구청장과 후보 사퇴를 놓고 ‘뒷거래’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문 전 구청장 비서 역할을 하던 측근이 두 사람 간 중간다리 역할을 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경찰은 이 구청장 측이 그간 지출된 선거비용을 보전해 주고, 동작구청 간부 인사권도 일정 부분 보장해 주는 내용의 조건을 제시했다는 관련자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동작구청장이던 문 전 구청장은 새정치연합 1차 공천 심사에서 탈락했다. 부인이 야당 중진 의원 보좌관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전달한 혐의로 기소된 점이 주요 이유였다. 문 전 구청장은 이에 불복해 무소속 출마를 강행했다. 그러나 선거일을 8일 앞둔 5월 27일 “야권이 분열돼 새누리당 후보가 어부지리로 승리하는 것만은 막아야 한다”며 이 구청장 지지 선언과 함께 후보직을 사퇴했다.

이 구청장은 선거에서 득표율 52.4%로 새누리당 장성수 후보를 약 10% 포인트 차로 제치고 당선됐다. 이 구청장은 노무현정부 시절 청와대 제1부속실 선임행정관으로 근무했다. 지난 대선 때 민주당 문재인 후보 캠프에서 일정기획팀장을 맡기도 했다.

이 구청장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근거 없는 얘기라 취재가 안 될 거다. 그런(후보 매수) 사실이 전혀 없다”며 의혹을 부인했다. 문 전 구청장 역시 “치사하게 돈을 받은 것도, 무슨 약속을 한 것도 없다”며 “같은 당인데 두 사람이 나가면 모두 떨어지니까 용퇴한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압수물 분석이 끝나는 대로 두 사람을 불러 사실관계를 확인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동성 강창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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