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시] 가을에는 불러주세요

입력 2014-11-01 02:21

유안진(1941∼ )

불러주세요

서리 치면 쓰러질

들풀같이 여린 내 이름을

찬비 내리는 가을밤에는

불빛처럼 불러주세요

나그네도 서둘러

고향으로 돌아가듯이

고향집 따순 아랫목에

지친 머리 뉘이듯이

먼지 쌓인 복음서로

불러주세요

손때 묻고 어룽진 어느 행간에서

낙엽처럼 엎드려

붉게 붉게 울도록

오오 하나님

가을에는 가을에는

제 고향 말씀책으로

저를 불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