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리즈만 만나면 펄펄 날았던… 가을사나이 ‘秋男’이라 불러주오∼

입력 2014-11-03 02:24

프로야구에선 정규시즌에는 잠잠하다가도 한국시리즈만 되면 그라운드를 휘어잡는 ‘가을남자’들이 있다.

가을남자의 원조는 KIA 타이거즈 김정수(52) 투수 코치다. 김 코치는 정규시즌에는 에이스급 활약을 펼친 선수가 아니었다. 해태 타이거즈에 몸담았던 10년 동안 10승을 넘긴 적이 딱 두 번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한국시리즈에선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됐다. 특히 1986년 삼성 라이온즈와의 한국시리즈 때 강렬한 인상을 심어줬다. 신인이던 김 코치는 그 해 한국시리즈에서 3승을 거두며 시리즈 최우수선수(MVP)가 됐다. 그는 지금까지도 깨어지지 않는 한국시리즈 통산 최다승(7승)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이 때문에 팬들은 그에게 ‘가을까치’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삼성 김재걸(42) 작전코치도 한국시리즈하면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백업요원에 머물렀던 김 코치는 2005년 두산 베어스와의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박종호가 손가락 골절 부상을 입자 대신 2루를 맡았다. 그런데 그는 시리즈에서 12타수 6안타 5볼넷 4득점 2타점이라는 믿기 힘든 활약을 펼치며 팀에 두 번째 우승컵을 안겨줬다. 덕분에 그는 ‘걸사마’ ‘가을사나이’라는 애칭이 붙었다.

2000년대 후반부턴 SK 와이번스 박정권(33)이 가을야구의 주인공이 됐다. ‘미스터 옥토버’라는 닉네임처럼 박정권은 가을만 되면 영양가 만점의 방망이를 휘둘렀다. 박정권의 대활약으로 SK는 2007년부터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에 3회 우승이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실제 2010년 삼성과의 한국시리즈에서 박정권은 14타수 5안타 1홈런 6타점의 활약을 펼쳐 시리즈 MVP의 영광을 안았다.

반면 가을만 되면 작아지는 남자도 있었다. 바로 김시진(56) 전 롯데 자이언츠 감독이다. 김 전 감독은 한국 프로야구 사상 최초로 통산 100승을 거머쥔 대투수다. 그런데 한국시리즈는 그에게 악몽으로 기억되고 있다. 한국시리즈 최다패(7패)라는 불명예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김 전 감독은 선수시절 삼성에서 단 한번도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리지 못한 비운의 투수가 됐다.

모규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