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4일부터 올 시즌 프로야구의 패권을 가리는 한국시리즈가 시작된다. 한국 프로야구가 33년째를 맞은 만큼 역대 한국시리즈에선 기쁨과 환희, 아픔과 눈물이 넘쳐났다. 또 숱한 이야기들이 만들어졌다.
◇가을 징크스에 시달렸던 삼성=올 시즌 전인미답의 4년 연속 정규시즌·한국시리즈 우승에 도전하는 최강 삼성 라이온즈. 하지만 삼성도 감추고 싶은 ‘흑역사’를 갖고 있다. 바로 ‘가을 징크스’다. 삼성은 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부터 2001년까지 포스트시즌에 14차례나 진출했다. 한국시리즈에도 7번이나 나갔다. 그런데 단 한 차례도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지 못해 만년 2인자 소리를 들어야 했다. 백약이 무효였다. 김영덕, 박영길, 김성근 등 수없이 많은 명장들을 모셔와 감독에 앉혔다. 재일동포까지 수입하며 한국시리즈에 우승에 도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삼성의 이런 징크스는 198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삼성은 껄끄러운 OB 베어스를 피하고 만만한 상대를 고르기 위해 저주기 추태를 벌인 끝에 롯데 자이언츠를 파트너로 선택했다. 결과는 쓰라린 패배였다. 혼자 4승을 거둔 최동원의 역투와 7차전에서 터진 유두열의 결승 홈런에 삼성은 통한의 눈물을 흘려야 했다. 이후 삼성은 2002년 우승 청부사 김응용 감독을 영입하고 다른 팀에서 임창용, 김기태, 김현욱 등 우수 선수들을 돈으로 싹쓸이하는 우여곡절 끝에 감격의 첫 우승을 차지했다.
◇프로야구 ‘왕조’의 계보=모든 구단과 선수들이 꿈꾸는 한국시리즈 우승. 그런데 한국 프로야구 역사에선 압도적인 힘으로 한 세대를 풍미한 팀들이 있다. 이를 팬들은 ‘왕조’로 부른다.
초대 왕조는 해태 타이거즈다. 김응용 감독의 지도 아래 선동열, 김봉연, 김성한, 김종모, 이순철 등 수많은 스타플레이어들이 있었던 해태는 1983년 첫 우승을 시작으로 1997년까지 무려 9번이나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하지만 1997년 마지막 우승을 한 그 해 터진 외환위기가 터졌다. 직격탄을 맞은 모기업의 재정상태가 극도로 악화된 해태는 ‘선수 팔기’로 생명을 연장했지만 결국 2001년 KIA에 팔리며 그 종말을 고했다.
해태 이후엔 현대 유니콘스가 왕조의 바통을 이어받았다. 김재박 감독이 이끄는 현대는 1998년부터 2004년까지 총 4번의 우승을 차지하며 새로운 왕조가 됐다. 특히 2000년에는 정민태, 김수경, 임선동 등 18승 투수를 세 명이나 배출하는 등 역대 한 시즌 최다승(91승)을 기록하며 기세를 올렸다. 하지만 권불십년이라 했던가. 왕자의 난으로 현대그룹이 쪼개졌고 모기업 하이닉스가 채권단에 넘어가면서 결국 2007년 사라졌다. 현대가 창단 초기 막강한 자금력으로 박경완, 조규제, 전준호 등 유명 선수들을 사들이는 ‘선수 쇼핑’을 했다는 점에서 아이러니하다. 현대의 후신인 넥센 히어로즈도 한 때 장원삼, 황재균, 이현승 등 팀의 주축 선수들을 팔아 근근히 팀을 운영하기도 했다.
2000년대 후반은 SK 와이번스의 시대였다. 김성근 감독 특유의 지옥훈련과 벌떼불펜으로 무장한 SK는 현대가 무너진 그 해부터 2012년까지 한국시리즈에서 3번이나 우승컵을 들어올리는 등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김 감독이 프런트와의 마찰로 2011년 시즌 도중 해임된 후 SK 왕조는 문을 닫았다. 2014년 현재는 삼성이 최강의 왕조로 군림하고 있다. 많은 구단들이 삼성 왕조를 무너뜨리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는 중이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한국 프로야구 1982∼2014… KS 월계관 영원한 주인은 없었다
입력 2014-11-03 0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