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룡 의원에 1억 줬다는 철도부품 업체 전 대표 “의심 피하려 쇼핑백 하나 더 준비”

입력 2014-11-01 02:47
전직 철도부품 업체 대표가 새누리당 조현룡(69) 의원에게 돈을 건넨 정황을 법정에서 자세하게 진술했다. 주변의 의심을 피하려고 여분의 쇼핑백을 준비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조 의원 측은 “돈을 받은 적이 없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삼표이앤씨 전 대표 이모씨는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부장판사 이범균) 심리로 31일 열린 조 의원의 첫 공판에서 “강남 역삼동의 한식당에서 조 의원에게 현금 1억원을 건넸다”고 진술했다. 법정 진술에 따르면 그는 2011년 12월 8일 고급 한식당에서 조 의원과 단둘이 만났다. 조 의원이 같은 달 1일 경남 함안 지역 총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뒤였다. 이씨는 “의원이 돼 나라를 위해 큰일을 해 달라”며 돈이 담긴 쇼핑백을 건넸다. 조 의원은 ‘잘 쓰겠다’는 취지로 답했다고 한다. 식당 직원이 식탁 오른편에서 서빙을 하고 있어서 돈은 왼편에서 주고받았다. 이씨는 “돈 무게 때문에 쇼핑백이 찢어질까봐 쇼핑백 2개를 겹친 상태였다”고 진술했다. 조 의원은 앞서 이씨에게 먼저 전화해 약속을 잡았고 장소도 직접 정했다고 한다.

이씨는 쇼핑백 없이 빈손으로 나오면 운전기사의 의심을 살까봐 같은 모양의 쇼핑백을 따로 준비했다. 식당 옆 와인판매점에서 와인 2병을 구입해 쇼핑백에 담은 채로 귀가했다. 이씨는 “와인 2병이 돈과 부피가 비슷했다”고 말했다.

돈을 준 이유에 대해서는 “조 의원이 철도시설공단 이사장을 지내면서 철도 부품 국산화를 추진해 삼표에 도움이 됐다”며 “국회 활동을 하게 되면 도움 받을 일이 있을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2010년 8월에도 호텔 식당에서 조 의원에게 와인 2병과 500만원을 건넸지만 당시 조 의원은 “이건(현금) 절대 안 된다”며 거절했다고 한다. 조 의원은 이씨를 비롯해 삼표 측으로부터 모두 1억6000만원을 받은 혐의(특가법상 뇌물)로 지난 10월 구속 기소됐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