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그룹의 통신인프라고도화(IPT) 사업에 참여한 KT가 당초 한 IT업체와 수주 양해각서(MOU)까지 체결했다가 KB금융 측 요구에 따라 뒤늦게 장비 납품업체를 교체한 정황이 포착됐다. 검찰은 임영록(59) 전 KB금융지주 회장 등 그룹 고위층의 부당한 영향력 행사가 있었던 것으로 보고 ‘뒷거래’ 여부를 집중 수사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김후곤)는 IPT 사업 발주·수주 관련 참고인들로부터 KB금융 고위 관계자가 압력을 넣어 장비 납품업체가 도중에 교체됐다는 취지의 진술 및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31일 알려졌다. 검찰과 업계 등에 따르면 KB금융은 2012년 9월 KB국민은행 등 계열사와 영업점, 콜센터를 연결하는 통신설비와 사내 메신저 등을 교체하는 내용의 IPT 사업을 발주했다. KT 측은 이 사업을 따내기 위해 지난해 4월 IT 서비스업체 C사와 공동 수주를 위한 MOU를 체결했다. C사는 30년 동안 KB국민은행 통신망의 유지·보수를 담당해 온 업체다.
그런데 주 사업자로 선정된 KT는 C사와의 MOU를 돌연 깨고 상대적으로 사업 역량이 떨어진다고 평가되는 G사와 올 초에 장비 납품 계약을 맺었다. 검찰은 발주사인 KB금융 고위 임원이 KT 측에 G사를 협력사로 선정해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보고 있다. 2002년 설립된 G사는 시중은행 통신망 사업에 참여한 경험이 사실상 전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KT는 납품업체 선정 기준에 미달하는 G사와 계약을 맺기 위해 내부 심사과정에서 평가 기준을 변경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G사 대표는 임 전 회장의 고교 동문으로 임 전 회장이 재정경제부에 근무하던 시절부터 친분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G사 측이 KB금융 고위층을 상대로 금품로비를 벌였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납품업체가 바뀐 배경에 의문을 갖고 확인 중인 것은 맞다”고 말했다.
검찰은 30일에 KB금융 본사와 G사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임 전 회장과 김재열(45) 전 KB금융지주 전무 등 핵심 관련자 5∼6명에 대해서는 이미 출국금지 조치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지호일 정현수 기자 blue51@kmib.co.kr
KB금융 고위 임원 압력에 납품업체 돌연 교체 의혹
입력 2014-11-01 0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