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나기에 온몸이 흠뻑 젖은 상태라 쉽게 마르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만 늦게라도 진실이 밝혀졌으면 합니다.”
지난 9월 2일 음주추태 주장이 제기돼 전격 전역한 신현돈(59·사진) 전 제1야전군 사령관(예비역 대장)은 31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대통령 해외순방 시 음주를 한 것은 분명 잘못된 일이지만 알려진 것과 달리 과도한 추태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뒤늦게나마 사실을 소명할 기회를 얻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사건은 단순했다. 장군들이 모교를 방문해 안보 강의를 하도록 한 육군 사업계획에 따라 신 전 사령관은 지난 6월 19일 모교방문 계획을 육군본부에 한 달 전 보고했다. 당일 그는 모교에서 안보 강연을 하고 청주대를 방문해 학교 측과 군사학과에 관한 의견을 교환한 뒤 고교 동창들과 저녁식사를 했다. 반주를 곁들였지만 정신 못 차릴 정도로 취하지는 않았다. 그는 대통령이 해외순방 중이어서 일찍 자리를 떠야 하는 것에 대해 양해를 구했다. 공관으로 복귀하던 중 잠시 충북 오창휴게소에 들러 화장실을 사용한 것이 화근이 됐다.
마침 오창휴게소를 들른 제보자인 지방대 강사 오모(59) 박사도 신 전 사령관과 함께 화장실에 들어가려 했다. 부관이 다른 쪽을 이용하시라는 말에 오 박사는 기분이 상했다고 한다. 고위 장성이 술을 마신 듯한 것도 마뜩지 않았다고 한다. 오 박사는 수도방위사령부에 전화해 “고위 장성이 술에 취한 듯하다”며 “누구인지 알려 달라”고 했다. 다음날 신 전 사령관은 오 박사에게 전화해 사과했다. 오 박사도 흔쾌히 수용했다.
사건 발생 두 달여 뒤 갑작스레 음주추태 사건으로 보도되자 신 전 사령관은 곧바로 자진해 전역서를 제출했다. 신 전 사령관은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정치 문제화되면 사령관 직책을 수행할 수 없고 더 수치스럽게 될 것으로 봤다”고 당시 심경을 털어놓았다.
하지만 사실이 아닌 말들이 유포됐다. 신 전 사령관은 전역한 뒤 곧바로 경기도에 있는 기도원에 들어갔기 때문에 이후 상황을 몰랐다고 해명했다. 신 전 사령관은 “언론 보도에 대해 전해 듣고 뒤늦게 확인했을 때는 너무 늦은 상태였다”고 말했다. 이미 만신창이가 돼 있었다. 그는 대통령 해외순방 시 작전구역을 벗어나 만취상태에서 민간인과 시비를 벌인 자격 미달의 엉터리 장군으로 비판을 받고 있었다. 신 전 사령관은 “40여년의 군 생활을 부끄럼 없이 해왔다는 자부심이 있었지만 속수무책이었다”고 토로했다.
신 전 사령관은 한민구 국방부 장관에게 전화해 국방부 감사관실의 조사를 요청했다. 조사 결과는 신 전 사령관 사건이 왜곡됐다고 나왔다. 국방부는 이를 공개하지는 않았다. 지난 10월 7일 국회 국방위원회의 국방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안규백 의원이 신 전 사령관을 전역 조치한 게 문제가 있지 않았냐고 질의하자 그제야 한 장관은 “(신 전 사령관이) 인사불성 상태까지 취한 것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국방부 관계자도 “민간인과 말싸움, 몸싸움 등 실랑이가 있었고 복장도 풀어헤친 상태였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그는 “개인적인 억울함을 풀자는 것은 아니다”며 “다만 잘못된 정보로 군의 명예가 실추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일을 계기로 확인되지 않은 정보로 무자비하게 누군가를 난도질하는 일은 더 이상 없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밝혔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단독 인터뷰] 신현돈 前 1군 사령관 “만취 추태로 낙인 찍혀 전역… 이제라도 소명 기회 얻어 다행”
입력 2014-11-01 02: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