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속담에 ‘약방의 감초(甘草)’라는 말이 있습니다. 비슷한 예로 ‘건재 약국에 백복령(白茯?)’이란 속담도 있습니다. 어딜 가나 눈에 띄는 사람 또는 물건을 뜻합니다.
실제 과거 한약방에서 감초는 든 자리, 난 자리가 분명한 한약재였습니다. 스스로 뚜렷하게 존재감을 드러낼 정도로 뚜렷한 약효를 가진 것은 아니었지만, 감초가 없으면 효과를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약 처방이 적지 않았던 까닭입니다.
이 감초의 한 성분이 최근 신약후보물질로 새로이 주목을 받게 됐습니다. 연구결과 크론병, 궤양성대장염 등과 같은 난치성 장 질환 치료에 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입니다.
강동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차재명 교수팀은 감초 추출물을 염증성 장 질환에 걸린 생쥐들에게 먹이고 어떤 변화가 나타나는지 추적 관찰하는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감초를 먹은 쥐들의 몸에서 염증매개물질 분비가 억제되며 장염 증상이 눈에 띄게 경감되는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차 교수팀은 이 같은 현상이 감초에 함유된 ‘리퀴리티게닌’이란 성분 때문에 일어나는 것임을 밝혀냈습니다. 리퀴리티게닌을 화학적으로 합성, 고순도로 정제하면 염증성 장 질환 치료제에 유용한 신약도 개발이 가능하다는 얘깁니다.
연구결과는 소화기병 전문 국제 학술지 ‘저널 오브 가스토엔테롤로지 앤드 헤파톨로지’(JGH)에 게재될 예정입니다.
이기수 기자 kslee@kmib.co.kr
[이기수 기자의 건강쪽지] 난치성 장 질환에 효과 ‘감초의 재발견’
입력 2014-11-01 02: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