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김포 해병대 2사단이 애기봉 등탑을 철거하면서 정부 당국과 사전 조율을 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15∼16일 사단장이 독단적으로 철거하는 바람에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까맣게 모르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박근혜 대통령과 류길재 통일부 장관도 언론 보도를 통해 알게 됐다고 한다. 박 대통령은 유럽 순방을 마치고 돌아와 철거 관련 보고를 받고 “적절치 못했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애기봉 등탑의 정치·군사적 의미를 감안해 볼 때 정부 내 충분한 논의도 없이 관할 사단장 선에서 기습적으로 철거된 것은 대북정책의 조율 및 집행에 구멍이 뚫렸다는 뜻이다. 1971년 애기봉(해발 165m)에 세워진 18m 높이의 이 등탑은 북한 지역과 불과 3㎞ 거리에 있어 불을 밝히면 개성에서도 볼 수 있다. 북한은 이 등탑이 대북 선전시설이라며 철거를 끈질기게 주장해 왔고, 지난 2010년에는 포격하겠다고 위협하기도 했다. 대북 심리전의 상징인 셈이다.
이처럼 남북 간에 첨예한 대립을 보이는 시설물이라면 철거와 관련해 당연히 정부부처 간 협의를 거쳐야 했다. 철거에 대해서는 찬반 양론이 있을 수 있지만 일개 사단장 선에서 이뤄진 것은 큰 잘못이다. 군 지휘체계가 흐트러져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등탑 철거 문제는 남북 간 최대 이슈인 대북전단 살포 문제만큼은 아니더라도 대북 정책, 군사정책 차원에서 신중하게 처리됐어야 할 사안이다. 철거 여부를 대북 협상용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아쉬움이 남는다.
마침 김포시가 애기봉 일대에 6·25전쟁 영상관, 기념품점, 식당 등을 갖춘 평화공원을 조성할 계획이라고 한다. 지상 4층 규모, 54m 높이 전망대를 신축하는 계획도 갖고 있다. 군사적으로 의미가 큰 지역일 뿐만 아니라 관광객이 많은 만큼 파주지역 도라전망대와 오두산전망대처럼 제대로 된 시설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안보 관광지로 크게 각광받을 수 있다고 본다. 김포시나 해병대에 맡길 것이 아니라 국방부와 통일부가 관심을 가져야겠다.
[사설] 애기봉 등탑 철거, 사단장 혼자 결정할 문젠가
입력 2014-11-01 0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