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구 과반…‘수도권 정치시대’ 열리나

입력 2014-11-01 04:07

선거구 재편 관련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수도권 정치 시대가 열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의 선거구가 12개 안팎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산술적으로는 수도권 의석수가 전체 지역구 의원 숫자인 246명의 과반을 넘어서게 된다. 이 때문에 수도권에 과도한 정치력이 집중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도권 의석 전체 지역구 절반 넘어서나=중앙선거관리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내년 말까지 서울 2곳, 인천 3곳, 경기 7곳 등 모두 12개의 선거구 증가를 추정할 수 있다. 현재 112석인 수도권의 국회의원 수는 124석으로 늘어날 수 있다. 게다가 수도권의 인구 상한 초과 선거구가 24곳에 이르는 반면 인구 하한 미달 선거구는 2곳에 불과해 경우에 따라 최대 130석 안팎까지 이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당연히 수도권 의원들의 목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다.

반면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의 지지 기반인 영남과 호남은 각각 최대 4석까지 줄어들 수 있다. 영남과 호남의 현재 의석수가 각각 61석과 30석임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야당이 불리한 상황이다. 그런 탓인지 여당에 비해 야당이 선거구 재편 관련 논의 요구에 훨씬 적극적이다.

◇목소리 키우는 지방소외론, 뚜렷한 대안은 없어=당장 20대 총선부터 의석수 감소가 예상되는 지방의 소외감은 상당하다. 모든 것이 집중된 수도권에 정치권력까지 늘어나면 대부분의 정책 결정이 수도권 중심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불안과 농어촌 지역의 대표성이 크게 훼손될 것이라는 우려가 함께 커지고 있다.

새정치연합의 한 호남 지역 의원은 31일 “모든 인프라를 수도권에 집중시켜 놓고, 이제 와서 인구수가 적다는 이유로 의석수를 조정한다는 것은 형평성에 크게 어긋난다”며 “앞으로 지방은 점점 더 소외되고 말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는 도농 간 지역격차 문제 해소를 위해 대도시에는 중대선거구제를 적용하고 농어촌 지역에는 소선거구제를 유지하는 도농 복합형 선거구제 도입 정도가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하지만 현행 선거제도의 전면적 개편이 필요한 만큼 논의 전개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고개 드는 꼼수 조정론=정치권에서는 여야가 민감한 지역구를 서로 주고받는 형태로 선거구 조정을 마무리할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또 의석수 늘리기와 비례대표 의원수 감소 등 ‘꼼수 조정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새정치연합 김성곤 의원은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인구 증가분을 고려해 의석수를 늘리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 정우택 의원은 KBS라디오에서 “15, 16대에는 비례대표가 46명(현재 54석)이었다”며 “10명만 줄여도 많은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현직 의원들의 ‘밥그릇 지키기’라는 국민 여론과 직능단체들의 반발 등으로 인해 생각만큼 쉽게 정리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