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성남 판교 환풍구 추락 사고를 계기로 지역축제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05년 경북 상주에서는 자전거축제 공연행사 중 관람객이 일시에 몰려 11명이 압사하고 70여명이 부상하는 대형 참사가 일어나 나라가 발칵 뒤집혔다. 이어 2009년에는 경남 창녕 화왕산 억새 태우기 축제 중 발생한 산불로 6명이 사망하고 60여명이 부상했다. 모두 안전불감증이 빚은 전형적인 인재였다.
2012년 전국에서 열린 크고 작은 지역축제는 2429개다. 이 중 지역문화관광축제는 772개로 축제에 참가한 관광객은 전체 국민과 맞먹는 5400만명으로 추산된다. 특히 문화체육관광부가 선정한 40개의 문화관광축제는 적게는 10만∼30만명, 많게는 100만명 이상이 운집하는 메가 이벤트로 안전사고 사각지대에 노출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에는 사고 위험성이 높은 레포츠와 불꽃놀이 등이 축제 영역에 진입하면서 익사와 화상 등 안전사고가 더욱 늘고 있는 추세다. 뿐만이 아니다. 관광객의 카메라 플래시나 폭죽에 놀란 말이 날뛰는 바람에 기수가 낙마해 사망하고, 줄다리기 줄이 끊어져 수십 명이 부상하는 어처구니없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한다. 지난 19일 울산마두희축제 중 줄다리기 줄이 끊어져 16명이 부상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그러나 지자체들은 축제 이미지 추락을 우려해 안전사고 발생 자체를 축소하거나 은폐하기에 급급해 당국이 적절한 대책을 세우는 데 방해가 되고 있다.
사람 사는 세상에 사고가 없을 수는 없겠지만 지역축제는 너무나 많은 안전사고 위험 요인을 안고 있다. 대부분의 축제장이 임시시설이라 전기, 가스 등을 이곳저곳에서 끌어와 화재 위험성이 상존한다. 무대와 조명탑을 비롯한 구조물도 임시시설물이라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 하늘에는 언제 폭발할지 모를 애드벌룬이 떠다니고, 머리 위로는 사진촬영용 헬리캠이 폭탄을 실은 드론처럼 날아다닌다. 아차하는 순간 대형 사고로 연결될 수 있는 위험 요소들이다. 하지만 지자체를 비롯한 지역축제 주체는 안전관리에 소홀하거나 무신경한 경우가 적지 않다. 예산을 아끼기 위해 관광객 수를 축소해 행사 보험에 가입하는 바람에 사고가 나도 적절한 보상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보험 가입을 의무화하고 보상 한도를 늘려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야 하지만 열악한 재정 때문에 쉽지 않은 눈치다.
지자체에 축제안전 전문가가 없는 것도 문제다. 안전 용역을 맡은 민간 경비업체도 전문요원 대신 아르바이트생을 투입하는 경우가 많아 사고 순간 적절한 대처를 하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판교 사례에서 보듯 비전문가인 공무원이 형식적으로 안전요원을 겸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재난안전 관리를 담당하는 소방방재청은 순간 최대 관람객이 3000명 이상이 예상되는 지역축제에 한해 지역축제 안전관리 매뉴얼을 적용하도록 하고 있다. 순간 최대 관람객이 3000명이 넘는 지역축제나 행사가 거의 없는 현실을 감안할 때 이 규정은 안전관리에 무신경한 지자체나 행사 주체에 면죄부를 주고 국민을 사고 위험에 방치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축제안전 전문가인 지역축제발전연구소 김용대 소장은 지역축제를 안전하게 관리하기 위해서는 지역축제 안전관리 매뉴얼 중 순간 최대 관람객 기준을 1000명 수준으로 하향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울러 축제안전 감리 및 평가 기관을 신설하고 무재해 인증 축제를 선정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판교 참사 같은 안전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지역축제 안전 대책을 시스템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말이다.
박강섭 관광전문기자 kspark@kmib.co.kr
[내일을 열며-박강섭] 축제장은 안전 사각지대
입력 2014-11-01 0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