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일은 대한안과학회가 제정한 제44회 눈의 날이다. 올해 안과학회가 내세운 눈 건강 슬로건은 ‘근시와의 전쟁’이다. 많은 사람들이 근시를 질병으로 인식하기보다는 단순하게 시력저하의 이유로 생각하고 있지만, 세계보건기구(WHO)에도 등록된 질병이다. 근시가 있으면 실명을 야기하는 망막질환에 걸릴 위험도 높아진다.
안과학회에 따르면 우리나라 12∼18세 청소년의 근시 유병률(-0.75 디옵터 이상)은 80.4%다. 60대 노인의 근시 유병률(18.5%)보다 4.4배나 높은 비율이다. 고도 근시 유병률(-6 디옵터 이상)도 12%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눈의 날을 맞아 누네안과병원 권오웅, 김순현 원장단의 도움말로 고도근시와 실명 위험 망막질환 치료법에 대해 알아본다.
◇망막장애를 야기하는 고도근시=고도근시는 단순히 시력이 나빠지는 것만이 아니라 다른 안질환의 발병 위험성도 키우게 된다. 안구가 커지면서 안구를 둘러싸고 있는 망막도 함께 늘어나게 되고, 고도근시를 가진 사람은 정상인보다 망막과 시신경이 약한 경우가 많은 까닭이다.
문제는 이렇듯 망막에 무슨 이상이 생겨도 자각 증상이 뚜렷하지 않기 때문에 환자 스스로 눈치 채기가 쉽지 않다는 점. 우리 몸의 어딘가에 이상이 생기면 통증과 같이 느낄 수 있는 증상과 피와 멍 같이 눈으로 볼 수 있는 증상이 있기 때문에 아픈 곳을 알 수가 있지만, 눈의 망막은 다르다. 망막이 아파도 초기증상이 뚜렷하지 않고 통증이 없기 때문에 직접 안저(眼底)를 보면서 망막검사를 하지 않는 이상 망막질환을 발견하기 어렵다. 그래서 ‘시력저하’ 진단을 받았다면 안경만 착용할 것이 아니라 병원을 찾아 정밀한 안과 검진을 받아 보아야 한다.
◇노인 실명 1위, 황반변성=황반변성은 망막의 가장 중심부에 있는 황반이 변성, 시력에 이상이 오는 질환이다.
나이가 들면서 황반의 세포와 혈관 기능이 떨어지면 망막에서 나오는 노폐물이 제대로 처리되지 않게 되는데, 그러면 망막 아래에 노폐물이 쌓이면서 혈관이 새로 만들어지는 등(신생혈관) 황반 부위가 변하게 된다.
물론 황반변성이 생겼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시력을 잃는 것은 아니다. 황반변성은 건성과 습성의 두 가지로 나뉘는데, 건성에서 시작해 습성으로 진행하며, 습성 황반변성이 실명을 일으키는 주범이다. 건성황반변성은 병이 생기되 황반 부위에 비정상적인 신생혈관이 만들어지지는 않은 단계이다.
습성황반변성이 오면 바둑판이나 한옥창틀 같은 격자무늬가 가운데 부분부터 휘어져 보인다. 이런 증상이 갑자기 나타나면 안과에 가서 망막을 확인할 수 있는 안저검사를 받아봐야 한다.
치료는 비쥬다인을 이용한 특수레이저 치료와 항체주사 치료, 두 가지 방법으로 이뤄진다. 이중 항체주사 치료법은 VEGF(혈관내피세포성장인자)를 억제하는 항체를 눈동자 안에 직접 주사하는 방법이다.
권오웅 원장은 “황반변성의 무서운 점은 발병초기 자각증상이 거의 없다는 것으로, 단순히 사물을 볼 때 초점이 맞지 않는 경우가 많아 대부분 사람들이 노안증상으로 착각해 병을 키우기도 한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당뇨병이 있다면, 경계1호 망막증=30세 이상 성인 10명 중 1명꼴로 앓고 있을 정도로 흔한 만성질환인 당뇨의 가장 무서운 합병증 중 하나다. 눈의 망막에 영양을 공급하는 혈관에 오랜 기간 높은 당이 포함된 피가 흘러 망막의 혈관과 조직이 손상 받아 생긴다.
치료는 병이 더 악화되지 않도록, 그리고 시력이 더 이상 나빠지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다. 병의 진행 정도와 환자의 상태에 따라 항체주사치료, 레이저 치료 그리고 유리체절제술 등 3가지 치료법이 있다.
일반적으로 가장 많이 하는 치료는 항체주사치료다. 부분 마취를 하고 5분이면 시술이 끝나 간편하다. 레이저 치료를 할 수 없는 환자에게도 시술이 가능하다. 레이저 치료는 손상된 조직을 레이저를 활용해 병의 진행을 막는 시술이다. 오랜 시간 사용된 치료법이기 때문에 효과가 입증되었지만 야간 시력 저하, 눈부심, 시야가 좁아지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눈 속 출혈이나 견인 망막박리 등으로 시력저하가 생기며 주사와 레이저 치료에도 반응하지 않을 때는 유리체절제술이 필요하다. 혼탁해진 유리체를 제거하고 맑은 액체로 바꾸는 동시에 망막에 생긴 새로운 혈관과 혈관을 감싸고 있는 막을 제거하는 수술이다. 김순현 원장은 “보통 당뇨병 환자들은 혈당조절이 잘 되어도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혈당이 안정되었다고 할지라도 6개월∼1년 간격으로 한 번씩 눈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근시, 질병입니다”… 경각심 낮은 안과 질환, 증상과 치료법
입력 2014-11-03 04: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