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경비원은 고달픈 직업이다. 장년이나 노년층이 대부분인 아파트 경비원은 육체적으로는 물론 정신적으로도 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최근 서울 압구정동의 아파트 경비원이 주민의 무시를 견디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한 사건은 이들이 얼마나 정신적으로 시달리는지를 단적으로 드러낸 사례였다. 노동환경건강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경비업무 종사자 안전보건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아파트 경비원의 40%가 언어폭력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46%는 1개월에 한 번 이하, 36%는 1개월에 2∼3회 언어폭력을 겪었다고 답했지만 ‘거의 매일’이라고 답한 이도 6%나 됐다. 지난 1년간 신체적 폭력이나 위협을 당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사람도 8.9%나 됐다.
이들은 특히 ‘가장 힘든 직무 스트레스’를 묻는 질문에 가장 많은 33.8%가 임금을 꼽았다. 서울 지역 아파트 경비원의 평균 임금은 100만원을 약간 웃돈다. 다행히 내년부터 경비노동자들도 최저임금의 100%를 적용받게 돼 최소 7.1%(내년 최저임금 상승률) 오른다. 문제는 입주민들이 이에 따른 관리비 인상을 피하려고 경비원을 줄이려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나아가 조기 퇴근 등 변칙 노동을 강요당해 실제 임금상승 효과가 상쇄될 소지도 높다. 근로계약서를 작성할 때 밤시간은 휴게시간으로 지정해 경비실에서 시간을 보내도록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아파트 경비원들은 단순히 도난 방지나 주민 안전만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주민 소통의 창구가 되기도 한다. 입주민의 자녀들을 손자손녀 돌보듯 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주인이 머슴 부리듯 함부로 이들을 대해서는 안 된다. 수 억원짜리 아파트에 살면서 한 달에 몇 천원 더 내는 것이 아까워 경비원들을 실직의 벼랑으로 내몰아서는 안 되겠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역시 엄정한 근로감독을 통해 이들이 인권 사각지대에 내몰리지 않도록 만전을 기해야겠다.
[사설] 아파트 경비원 인권 사각지대 방치 안 된다
입력 2014-11-01 0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