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중락과 배호.
남진, 나훈아에 앞서 1960년대 가요계를 팝과 트로트로 양분한 전설의 가수다. 이들 42년생 동갑내기 라이벌의 등장으로 이전엔 볼 수 없었던 ‘팬들의 폭발적 호응’이라는 문화적 현상이 우리 사회에 처음 나타났다고 한다. 가왕 조용필이 아닌 이들을 ‘오빠부대 원조’라고 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대중의 감성을 흔드는 음색의 차중락은 여성들에게 인기가 많았던 반면 허스키한 목소리의 배호는 남자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엘비스 프레슬리의 ‘Anything that’s part of you’를 번안한 ‘낙엽 따라 가버린 사랑’을 불러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차중락은 엘비스보다 엘비스 노래를 잘 부르는 가수로 통했다. 배호는 불멸의 히트곡 ‘돌아가는 삼각지’와 ‘안개 낀 장충단공원’ 등을 남겼다.
돌아가는 삼각지 음반 판매량은 이미자의 ‘동백아가씨’에 이어 당시 판매량으로는 최고인 10만장을 넘었다고 한다. 요즘 기준으로 환산하면 100만장이 넘는 밀리언셀러다.
대중들은 그러나 한 시대를 풍미한 이들의 목소리를 오래 들을 수 없었다. 차중락은 26살에 뇌막염으로, 배호는 29살에 신장염으로 청춘을 피우지도 못하고 세상을 등졌다. 제임스 딘이 그런 것처럼 인기 절정기에 요절한 이들은 지금껏 대중들 가슴속에 전설로 살아 있다.
국내외 연구 결과 가수의 평균 수명은 일반인에 비해 무려 10살 이상 짧다고 한다. 심한 스트레스가 주요 원인의 하나란다. 그러고 보니 김정호(33) 김현식(32) 유재하(25) 김광석(32) 등 너무 일찍 우리 곁을 떠난 가수들이 적잖다. 최근엔 ‘마왕’ 신해철이 46세 한창 나이에 또 하나의 전설이 됐다. 카리스마 넘치는 그의 모습을 이제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게 슬프지만 그가 대중에게 심어준 깊은 울림은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인생은 짧지만 노래는 영원하다.
이흥우 논설위원 hwlee@kmib.co.kr
[한마당-이흥우] 인생은 짧고 노래는 영원하다
입력 2014-11-01 0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