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한국에 왔을 땐 너무나 힘들었어요. 베트남에 두고 온 아내와 아들 생각이 많이 났고 음식도 입에 안 맞았거든요. 하지만 지금은 한국 생활에 완벽히 적응했습니다. 얼른 공부를 마치고 고국에 돌아가 목회 활동을 하고 싶어요. 한국에서 배운 것들을 베트남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어요.”
지난달 22일 서울 용산구 기독교한국루터회(루터회) 본부에서 만난 버 반 토(Vo Van Tho·36) 전도사는 낯선 한국생활을 설명하며 이 같은 포부를 밝혔다. 베트남 다낭에 살던 그는 2012년 2월 입국해 어학원에서 한국어 수업을 받은 뒤 지난해부터 경기도 용인 루터대에서 수학하고 있다. 루터회는 버 전도사의 학비·기숙사비·생활비를 전액 지원해주고 있다. 그는 루터회가 한국에 데려와 교육시키는 첫 외국인 신학생이다.
“다낭에서는 관광 가이드로 일했습니다. 지금의 아내와는 2008년 결혼했고요. 저희는 누구보다 행복한 부부였습니다.”
아내와의 행복한 삶을 누리던 중 한 한국인 선교사로부터 한국에서 신학교육을 받을 기회가 생겼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놓칠 수 없는 기회라고 봤다. “한국 유학을 떠나겠다고 아내에게 말하니 아내는 한동안 밤마다 울었습니다. 하지만 결국 저의 생각을 이해해주었어요. 아내 역시 기독교인이니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베트남은 전체 인구 9300여만명 중 크리스천 비율이 2∼3% 수준에 불과할 정도로 교세가 약한 나라다. 버 전도사 역시 어린시절엔 하나님을 몰랐다. 그가 하나님을 영접한 건 1994년 친구 집에 놀러갔다 우연히 성경책을 읽으면서부터다. 그는 창세기에 등장하는 이 세상의 ‘시작’이 신비롭게 느껴져 마을에 있던 한 교회에 찾아갔고 자연스럽게 믿음을 키우게 됐다. 믿음이 생기자 본격적인 신학의 길을 걷기로 했다.
“가이드 일을 하면서 틈틈이 신학 공부를 했어요. 20대에는 미국에서 세운 다낭의 목회자 양성 기관에 입학해 5년간 신학을 공부했습니다. 한국으로 와 루터대에 다니면서 요즘엔 독일 신학자 마르틴 루터의 가르침을 자주 되새깁니다. ‘성경으로 돌아가라’는 루터의 메시지를 고국에도 전하고 싶어요. 언젠가는 베트남에 루터의 삶과 유산을 가르치는 학교도 세우고 싶습니다.”
버 전도사는 이르면 2016년 말쯤 한국에서의 모든 교육과정을 마치고 베트남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그는 “계속 기도하며 하나님의 음성에 따라 살아갈 것”이라며 “앞으로 베트남 선교는 내가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막중한 책임감과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루터회가 버 전도사를 한국에 데려온 건 해외 선교의 일환이었다. 루터회는 해외 선교의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현지인 목회자를 육성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병창 루터회 교회협력국장은 “현지인 목회자 한 명을 육성하면 해외에 교회 하나를 개척하는 것보다 더 큰 선교 효과를 거둘 수 있다”며 “버 전도사는 (미국 루터회의 도움을 받아) 한국 루터교회의 초석을 다진 고 지원용 박사와 같은 역할을 베트남에서 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인터뷰] “마르틴 루터의 메시지 고국 베트남에 전하고 싶어요”
입력 2014-11-03 02: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