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앞에서 고뇌하는 순교자들의 절규… 극단 단홍 ‘엔도 슈사쿠 침묵’

입력 2014-11-01 02:45

일본의 엔도 슈사쿠의 소설 ‘침묵’을 모노드라마로 각색한 연극이 무대에 오른다. 극단 단홍(대표 유승희)은 연극 ‘엔도 슈사쿠 침묵(사진)’을 오는 14∼15일 대전 대덕구 한남로 한남대 서의필홀에서 공연한다. 극한 상황에서 인간의 신앙이 흔들리는 모습을 꾸밈없이 보여주며 참 신앙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해준다.

이 작품 연출을 맡은 유승희 대표는 원작 소설을 간결하고 속도감 있는 모노드라마로 각색해 예수님의 사랑을 극적인 감동으로 표현했다. 예수님을 선택했다는 이유로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감내하다 끝내 순교에 이르는 사람들의 아픔과 절규를 생생하게 묘사했다. 또한 죽음 직전에서 흔들리는 모습을 보인 실패한 신앙인들마저도 예수님께서 포옹하신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이 작품은 오랫동안 신학적 주제가 되어 온 ‘하나님은 고통의 순간에 어디 계신가?’란 문제를 다루고 있다. 17세기 조선의 기독교 박해 상황을 토대로 진지하면서도 생동감 있게 그려냈다. 신앙을 부인해야만 살 수 있는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고민하는 인물들의 심리를 섬세하게 표현했다.

스승의 배교 소식을 듣고 조선에 온 로드리고 선교사는 신도들의 순교 현장을 지켜보며 혼란에 빠진다. 예수님의 존재 그리고 자신의 믿음에 대한 확신이 점점 약해진 것이다. 스스로 자신감을 잃어가던 로드리고는 우여곡절 끝에 자신이 존경하던 스승을 만난다. 배교 후 개명하고 결혼생활까지 하는 스승은 로드리고에게 조선에서의 선교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그를 배교하도록 설득한다. 배교를 완강히 거부한 로드리고는 신도들의 끔찍한 순교 현장을 보다 못해 결국 자신을 죽여 달라고 하소연하고, 스승과 마찬가지로 결국 배교의 기로에 서게 된다.

유 대표는 “고통의 순간 주님은 침묵한 것이 아니라 함께 아파하시고 고통을 나누고 계신다. 지금까지 우리의 인생은 그분과 함께 있었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라면서 “신앙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는 공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042-629-7120).

김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