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기업 후지코시 강제 동원 15억원 배상 판결

입력 2014-10-31 03:09
일제에 강제 동원된 근로정신대 피해자들이 30일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일본 군수기업 후지코시의 손해배상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일제 강점기 군수기업 후지코시에 강제 동원됐던 근로정신대 피해자들이 이 회사를 상대로 국내 법원에 낸 소송에서 이겼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7부(부장판사 홍동기)는 30일 김모(83·여)씨 등 근로정신대 피해자 13명과 사망한 피해자 4명의 유족들이 후지코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해자 1인당 8000만∼1억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총 배상액은 15억원이다. 재판부는 “이번 판결로 피해자들이 조금이나마 위로받고 여생을 편안히 보내시기를 소망한다”고 소회를 밝혔다.

후지코시는 1944년 당시 12∼18세에 불과했던 피해자들을 강제로 연행하거나 큰돈을 벌 수 있다고 속여 회사 공장에서 일하게 했다. 피해자들은 공장에서 철을 깎거나 자르는 등의 위험한 업무를 맡았다. 일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10∼12시간 노동을 했고 제대로 임금을 받지도 못했다. 이들은 해방 후에도 근로정신대를 위안부로 오해하는 사람들 때문에 고통을 받았다.

후지코시 측은 소송에서 “한일청구권협정에 따라 개인의 청구권은 소멸됐고 민법상 소멸시효도 완성됐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역사적 사실을 반성해야 할 후지코시가 소멸시효를 주장하는 것은 제도 취지에도 맞지 않다”고 판단했다. 후지코시 측 법률대리인은 국내 대형 로펌이 맡았다.

피해자들은 선고 직후 손뼉을 치며 기뻐했다. 국내에 후지코시의 재산이 있다면 이들은 이날 판결을 근거로 재산에 대한 강제집행을 할 수 있다. 다만 후지코시의 일본 내 재산에 대한 강제집행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2012년 5월 미쓰비시중공업과 신일본제철 근로정신대 피해자들이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도 원고승소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