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전쟁… 국회 2015년도 예산안 심사

입력 2014-10-31 03:57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여야 국회의원들이 30일 관련 정부부처와 기관들의 내년도 예산안을 심사하고 있다. 김태형 선임기자

기나긴 ‘세월호 정국’의 터널을 지나온 정치권이 이제 ‘예산전쟁’을 시작했다.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까지 마친 여야는 곧바로 376조원에 달하는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심사를 개시했다. 2012년 개정된 국회법에 따라 올해부터는 예산안 심사를 11월 30일까지 마치지 못하면 다음날 본회의에 자동 부의된다. 남은 기간 여야의 예산확보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정무위원회 등 5개 상임위원회는 30일 전체회의를 열어 소관 기관의 예산안을 심의했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도 공청회를 개최했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재정지출을 늘려서라도 경제를 살리는 게 시급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때문에 ‘확장 예산’ 편성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맞서 새정치민주연합은 창조경제 등 실체가 불분명한 ‘박근혜표 예산’을 삭감하고 복지, 일자리 등의 예산을 늘리겠다고 벼르고 있다. 특히 담뱃세를 비롯한 주민세, 자동차세 증세에 제동을 걸 것으로 예상된다.

공청회에서도 여야 추천 전문가들의 예산안 평가는 극명하게 엇갈렸다. 우선 야당 측은 재정 건전성 악화가 국가적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유찬 홍익대 세무대학원 교수는 “정부는 국가채무가 외국과 비교했을 때 안정적인 수준이라고 보지만 숨겨진 공기업 부채를 감안하면 불안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2007년만 해도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규모가 36.3%로 현재 우리나라와 비슷했다가 2013년 92.2%로 급증한 스페인의 예를 들었다. 그러면서 “재정적자가 통제 가능한 수준에서 아주 순식간에 통제 불가능한 수준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김태일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는 “정부는 내년도 관리재정수지를 33조6000억원 적자로 예상하고 있다”면서 “이명박정부 때부터 2015년까지 7년 내내 재정적자인 셈”이라고 꼬집었다.

반면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은 재정지출 확대가 내수 활성화, 세수 증대의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켜 중기 재정 건전성엔 오히려 도움이 된다고 내다봤다.

증세 필요성에 대해선 대부분 공감했다. 새누리당 추천으로 나온 이영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법인세 인하에도 기업의 투자와 고용이 늘어나지 않았다”며 인상 필요성을 언급했다. 김태일 교수는 “사회보장세를 도입해 조심스럽게 운영해보는 것도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다만 배 부원장은 “증세는 한두 해 세금을 더 걷는 장점에도 경제를 옥죄는 부작용이 있다”고 반대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