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양적완화 종료] 美 금리 인상 땐 外資 급격 유출… 국제금융시장 변동성에 대비를

입력 2014-10-31 02:09
“충격이 전해지기 전에 실물경제를 회복시켜야 한다.”(연세대 성태윤 교수)

여기서 충격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양적완화 종료에 이은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충격을 가리킨다. 29일(현지시간) 연준의 양적완화 종료 선언은 충분히 예견된 일이었기 때문에 당장 한국 경제가 받는 충격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미국의 출구전략 본격화, 즉 내년에 단행될 금리 인상이다. 전문가들은 남은 기간 동안 대외환경 변화를 주시하면서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美 금리 인상 시기 놓고 국제금융시장 변동성 커질 듯=우리나라를 비롯한 신흥국들이 우려하는 것은 연준의 갑작스러운 금리 인상에 따른 급격한 자본 유출이다. 연준은 제로 수준의 초저금리를 ‘상당기간’ 유지한다면서 “연준이 예상하는 고용·인플레이션 목표에 빨리 접근한다면 금리 인상도 빨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

현재로서는 금리 인상 시점을 내년 중반으로 보는 관측이 많다. JP모건·골드만삭스 등 주요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내년 6∼9월쯤으로 보고 있다. 이트레이드증권 권규백 선임연구원도 “연준이 제 갈 길을 가고 있고 미국 경제도 양호한 흐름을 보이고 있으므로 내년 중반쯤 연준이 금리를 올린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내년 중반보다 앞당겨지거나 늦춰질 것이란 전망도 있다. 현대경제연구원 이준협 연구위원은 “연준이 고용과 물가 등을 보고 금리 인상 시점을 판단하겠다고 했는데, 현재 미국의 고용 상황이 워낙 안 좋은 점을 고려하면 금리 인상은 내년 하반기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금리 인상이 언제 이뤄지든 그 시기까지 국제금융시장 전반의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해 보인다. 미국의 각종 경제지표가 발표될 때마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가 열릴 때마다, 재닛 옐런 의장 등 연준 인사들의 발언이 나올 때마다 금리 인상 시기에 대한 시장의 전망이 들쑥날쑥하면서 불확실성을 가중시킬 것이란 뜻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날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미국이 양적완화 정책을 종료하는 등 선진국 간 통화정책이 차별화되면서 국제금융시장의 변동 가능성이 확대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자본 유출 대비하고 내부 위험요인도 완화해야=과거 주요 선진국이 완화적 통화정책에서 긴축으로 선회하는 경우 신흥국의 불안 등 위기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사례가 많았다. 한국금융연구원 박성욱 연구위원은 “미국의 양적완화 종료로 국제금융시장의 완화적 환경이 변화하게 된 것이니 지금까지와는 다른 환경에 적응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박 연구위원은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우리도 올려야 되는 것 아니냐는 시각에 대해선 “환율이 완충 역할을 해줄 수 있기 때문에 우리가 당장 따라서 올릴 필요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미 간 내외금리차가 2006년 이후 최저치로 줄어 외국인 투자자금의 유출 가능성이 높아진 것에 대한 우려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KB투자증권 이재승 채권분석팀장은 “내외금리차 축소와 원화 환율 안정성의 하락은 금리에 민감한 단기 투자기관들에 절대적으로 불리한 여건을 제공한다”며 “한국은행은 주식시장에서의 외국인 자금 유출이 채권시장에서의 유출로 연결될 경우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통화정책을 운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는 경상흑자와 성장률, 외환보유액 측면에서 대외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아왔지만 경제구조와 금융시장의 높은 대외의존도를 감안하면 양적완화 종료 후 국제 자금흐름의 급변 가능성에 대해 절대로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국제금융센터 김용준 연구원은 “선진국들의 동시 양적완화가 장기간 진행되다가 국가별로 통화정책이 크게 엇갈리는 상황이 돼서 과거와는 다른 양상이 전개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외 불안요인에 더해 가계부채·부동산·단기외채 등 대내 위험요인에 대한 해외 시각마저 악화될 경우 국내 금융시장이 더욱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대비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천지우 이경원 박은애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