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양적완화 종료] 9월 산업생산 8월보다 0.9% 감소… 각종 국내 경제지표 빨간불

입력 2014-10-31 02:08

얼어붙은 경기가 좀처럼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취임으로 경기부양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됐으나 반짝 효과에 그쳤다.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소비자심리지수(CCSI) 등 각종 경제지표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기업은 수익성 악화에 투자를 망설이고 있고, 완화적 부동산 정책에 가계대출 증가세는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이 양적완화 종료를 선언하면서 글로벌 경제 변동성까지 염려해야 할 상황이다.

한국은행은 30일 국회에 제출한 금융안정보고서에서 “거시건전성 여건이 뚜렷한 개선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업의 경우 재무구조 안정성은 나아졌지만 매출액이 감소하는 등 수익성과 성장성은 부진이 심화됐다. 가계는 소득증대 제약으로 인해 처분가능소득 대비 부채비율이 소폭 상승에 그치는 등 재무건전성은 뚜렷한 개선 움직임을 보이지 못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기업의 매출액 증가율은 지난해 상반기 대비 0.7% 감소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매출액 영업이익률도 같은 기간 0.4% 포인트 하락했다. 역시 2009년보다 낮은 수준의 수익성이다.

각종 경제지표에서도 이러한 상황은 확인된다. 제조업 체감 경기는 연중 최저 수준으로 악화됐다. 10월 제조업의 업황 BSI는 72로 전월보다 2포인트 떨어졌다. 100을 밑돌면 경기를 나쁘게 보는 기업이 좋게 보는 기업보다 많다는 뜻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9월 전체 산업생산 역시 전월보다 0.9% 감소하며 2개월 연속 하락했다.

가계 역시 불경기에 지갑을 닫고 있다. 10월 CCSI는 105로 세월호 참사로 경기가 얼어붙었던 지난 5월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가계의 재정상황에 대한 인식을 살펴볼 수 있는 현재생활형편CSI 역시 전월보다 2포인트 떨어진 91을 기록했고, 가계수입전망CSI와 소비지출전망CSI 모두 전월보다 하락했다.

반면 가계부채는 확장일로다. 최 부총리가 부동산 활성화를 위해 LTV(주택담보인정비율)·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를 완화하고, 경기부양을 위해 한은이 기준금리를 두 차례에 걸쳐 0.5% 포인트를 인하해 2.0%로 운영하면서 대출받을 수 있는 환경이 좋아졌다. 가계부채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이달 들어 대규모로 늘었다. 주담대를 가장 많이 취급하는 국민은행의 주담대 잔액은 지난 28일 기준 84조6296억원으로 9월 말보다 8365억원 늘었다. 9월(6232억원)보다 증가폭이 34% 커졌다.

대출 증가가 부동산 경기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미국이 양적완화를 종료해 기준금리 인상 시기를 살피고 있는 상황에서 대출이자 부담으로 인해 가계부채가 또다시 한국 경제의 시한폭탄이 될 수도 있다. 정부는 다른 신흥국과 한국의 조건이 다르기 때문에 미국의 출구전략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변동성 확대에 따른 대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박은애 기자 limitle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