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6000만원 버리고 태우려 한 정신질환 50대의 ‘운좋은 하루’

“어떤 남자가 수백만원은 돼 보이는 돈이랑 은행카드를 쓰레기통에 버렸어요.”

29일 낮 12시 서울 도봉경찰서 도봉1파출소에 이런 신고전화가 걸려왔다. 도봉구 모 은행지점에서 50대 남성이 현금과 카드를 쓰레기통에 버리고 갔다는 신고였다. 경찰은 은행 CCTV를 조사해 돈을 버리고 간 사람이 도봉구의 고시원에 사는 김모(52)씨임을 확인했다. 경찰은 김씨를 은행으로 불러 쓰레기통에서 꺼낸 현금과 수표 389만원을 돌려줬다. 다시는 돈을 버리지 말라고 당부도 했다.

오후 3시 같은 파출소에 다시 신고가 들어왔다. “한 남성이 돈을 태워 하수구에 버리고 자리를 떴다”는 거였다. 인상착의가 김씨였다. 경찰은 김씨의 동생을 수소문해 함께 김씨가 사는 고시원으로 찾아갔다. 김씨는 “돈을 불태운 게 내가 맞다”고 했다. 그는 정신장애를 앓고 있는 환자였다.

경찰은 이것으로 소동이 끝났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김씨 동생이 오후 7시쯤 다급한 목소리로 “형의 통장을 보니 은행에서 1억6000만원을 추가로 인출한 기록이 있는데 돈을 갖고 있지 않다”고 전화를 걸어왔다.

경찰은 어두운 거리를 30분간 수색해 은행 근처 하수구에서 1억원과 6000만원짜리 자기앞수표 두 장을 찾아서 김씨에게 돌려줬다. 김씨는 결국 한나절 동안 세 번이나 거액을 버려 경찰을 바쁘게 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