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직격 인터뷰] 오종석 산업부장이 김석기 한국공항공사 사장을 만나다

입력 2014-10-31 03:15
김석기 한국공항공사 사장이 29일 공사 사장 집무실에서 인터뷰를 갖고 취임 1년의 감회와 성과, 향후 추진 정책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곽경근 선임기자

1년 365일 하루도 쉬지 않는 공기업 사장이 있다. 임원들은 물론 비서실 직원들까지도 주말이나 휴가를 꼭 챙기도록 하면서 조용히 홀로 사무실에 출근한다. 때론 현장을 가본다. 그는 "내가 할 일이 많아서"라고 말한다. 한국공항공사 김석기(60) 사장 얘기다. 29일 공항공사 사장 집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1년 전 노조의 출근 저지로 10일 동안 취임식도 못했던 김 사장이 노조위원장으로부터 취임 1주년 감사와 축하의 꽃다발을 받은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지난 7일 취임 1주년을 맞았다. 소회와 성과는.

“1년 전 노조가 격렬히 출근을 저지하고 야당이 반대하는 가운데 취임했다.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단 하루도 쉴 수 없었다. 가장 큰 성과는 지난 5월 한국공항공사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일이다. 공항공사는 15개 공항 중 인천국제공항을 제외하고 14개를 관리·운영하는 것으로 국민 복지 증대에 기여하고 국가 경제에 이바지하는 게 목적이다. 법 개정이 왜 의미가 있냐면 공항공사가 하는 사업의 범위를 확대시켰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공항만 운영하는 게 아니고 항공기 조종사 양성이 포함됐다. 국내에는 조종사가 턱없이 부족하다. 항공기가 늘어나는데 조종사는 없다. 조종사가 되려면 외국 가서 면허를 따오는 경우가 많다. 조종사 한명을 양성하려면 약 1억5000만원이 든다. 개인부담도 문제지만 외화 낭비다. 그래서 부족한 조종사를 우리가 국내에서 양성하는 과정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공항 중 공간적 여유가 있는 공항에 훈련시설을 마련하는 것이다.

공항에는 활주로 등 조종사 양성에 필요한 인프라가 있다. 무안·울진공항 등에서 조종사를 양성할 수 있도록 했다.

또 하나는 저가항공사(LCC) 육성책 등이 포함됐다. 공사가 한꺼번에 항공유를 사서 낮은 가격에 공급하고 정비지원을 해주도록 하는 방안 등이다. 물론 법만 고친다고 다 해결되는 문제는 아니다. 내가 재임하는 동안 차곡차곡 준비를 해서 조종사 양성, 저가항공사 지원, 해외사업 등에 꼭 성공할 수 있는 기반을 확실히 갖춰놓겠다.”

-취임 당시 항공 문외한이라는 지적도 있었는데.

“경찰에 있을 때 외사업무를 많이 했다. 외사과 업무 중에는 공항 안전관리도 포함된다. 또 경찰을 떠난 뒤 외교관을 했다. 미래 먹거리 창출을 위해 신성장동력 확보가 중요한데, 해외시장 진출이 그 중 하나다. 그럴려면 다양한 이해관계자와의 네트워크 구축과 관리가 중요하다. 최근에는 해외사업 진출을 위해 중국과 협의하고 있다. 중국에는 베이징 등에서 40개 공항을 운영하는 서우두공항그룹이 있다. 거기 사장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쪽에서 우리가 조종사학교를 열기만 하면 많이 보내준다고 하더라.”

-대부분이 노조원인 직원들과 소통은 어떻게 해결했나.

“‘CEO 우체통’이라는 직원과의 1대 1 소통채널을 만들었다. 철저하게 비밀을 보장하니 사장한테 하고 싶은 얘기를 다 하더라. 제일 큰 성과를 본 게 처음 와서 인사를 할 때였다. CEO 우체통을 통해 모든 직원들의 애로사항과 의견을 들어 반영했다. 예를 들면 우리 직원의 65%가 기술직이다. 기술직은 늘 인사에서 소외된다고 불만이 있더라. 고민하다가 기술직을 인사실장으로 발령냈다. 사상 처음이었다. 우리 공사 처음으로 지방공사 책임자(대구지사장)에 여성을 임명하기도 했다.

공항이 잘 되려면 3300명의 협력업체도 중요하다. 보안 검색, 환경미화 등은 모두 협력업체가 수행하고 있다. 그들에게도 직원수첩을 줘 자긍심을 갖도록 하는 등 신경을 많이 썼다. 공항에서 민원인들이 화장실을 많이 간다. 화장실 청소실명제를 하면서 담당자 사진이 붙어 있더라. 직접 만나보니 가족, 사돈 등 지인들이 화장실을 이용하다 그 사진을 볼까봐 노심초사했지만 차마 말을 못했다고 하더라. 그래서 다 떼라고 했다.”

-취임 당시 야당 의원들이 강력히 반대했는데 이번 국감은 어땠나.

“지난해 취임식 다음날 국감이었다. 야당에선 내가 있으면 국감을 보이콧하겠다고 나가기도 했다. 솔직히 참 힘들었지만 정말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사장으로서 온 힘을 공항공사 발전을 위해 바치겠다는 생각으로 일해 왔다. 지난 4월 30개 공기업 경영평가 중 CEO 리더십 평가에선 유일하게 A를 받아 1등을 했다. 지난해 국감 당시 나를 공격하던 야당 의원들이 이번 국감에서는 1년간 아주 잘해줬다고 칭찬하더라. 정말 감회가 새로웠다. 내가 열심히 더 잘해야 하는 구나 생각했다.”

-일부 지방 공항들은 여전히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어떤 대책을 갖고 있나.

“14개 공항 중 김포, 제주, 김해를 제외한 11개 공항이 적자다. 지난해 62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공항공사 전체로 보면 3개 공항이 잘돼서 흑자다. 적자가 된 건 고속도로가 늘어나고 KTX가 연장되면서 고객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 들어 굉장히 좋아지고 있다. 양양·청주·대구·무안공항이 현격히 활성화되고 있다. 특히 양양공항은 지난해 공항 이용객이 연간 5만명이었다. 올해는 30만명을 예상하고 있다. 요우커(중국 관광객) 덕분이다. 공항이 활성화되려면 공항공사뿐만 아니라 지자체, 여행사, 항공사 등이 협업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게 지자체다. 항공사는 중국 손님 데리고 올 때 적자 나면 안 한다. 그래서 강원도가 지원금을 낸다. 손님이 30만명 오면 강원도에서 쓰고 먹고 자기 때문에 지자체 입장에서는 전체적으론 엄청난 이익이다. 공항을 활성화시켜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그 지역의 관문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대에 외국인들이 많이 와야 그 지역 경제가 활성화된다. 공항 역할이 어떤 것인지 지자체가 잘 알 수 있도록 가서 얘기하는 것도 임무다.

대구공항은 최근 야간 운항금지 시간(커퓨 타임·curfew time)을 단축했다. 획기적인 일이다. 커퓨 타임이 오후 10시∼오전 6시였는데, 자정에서 오전 5시로 3시간 단축했다. 중국 관광객이 심야에도 오고 새벽에도 나갈 수 있다. 대구시, 공군과 협의를 했다.”

오종석 산업부장 js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