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vote, One value’(1표의 가치는 동일하다)의 원칙은 국회의원 선거구 획정 논란 때마다 헌법재판소가 일관적으로 유지해온 입장이다. 헌법이 규정하는 평등선거의 원칙에는 1인 1표라는 ‘수적 평등’뿐 아니라 ‘투표가치의 평등’도 포괄하고 있기 때문이다. 헌재는 선거구 획정의 현실적 어려움을 감안해 1995년과 2001년 인구편차를 각각 4대 1, 3대 1까지 허용하는 점진적 결정을 내려왔다.
◇투표가치 2배 이상 차이나면 위헌=현행 공직선거법은 전체 지역구 평균 인구수를 기준으로 상·하한 ±50%까지의 인구편차가 나는 지역구를 허용하고 있다. 이를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최대 지역구와 최소 지역구의 인구편차는 3대 1 이내로 조정된다. 헌재의 헌법불합치 결정은 이 기준을 상·하한 ±33.3%로 좁혀서 인구편차 비율을 2대 1 이내로 맞추라는 것이다.
헌재는 대의민주주의 원칙과 국가 전체의 이익을 대변하는 국회의원 역할을 중요하게 봤다. 재판부는 “현행 기준에 따르면 인구가 적은 지역구에서 당선된 국회의원의 득표수가 인구가 많은 지역에서 낙선된 후보자의 득표수보다 적은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며 “이는 대의민주주의 관점에서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시했다. 지역인구 상하 편차 기준을 각각 ±15%, ±25%로 제한하고 있는 독일과 일본의 사례가 근거로 제시됐다.
지방자치제도가 정착되면서 국회의원 지역대표성의 중요성이 떨어진 점도 고려됐다. 헌재는 “지역구 국회의원이라 할지라도 추구하는 목표는 국가 전체의 이익이어야 한다는 점은 논쟁의 단계를 넘어서 확립된 원칙”이라고 밝혔다. 특정 지역의 편의시설 마련이나 인프라 구축 같은 문제는 지방자치단체 내에서 해결할 수 있지만 빈곤층 보호를 위한 안전망 구축, 소득 불균형 해소 등 국가적 차원의 문제는 국회의원만 해결할 수 있다. 때문에 국회의원을 선출할 때는 국민의 의견이 최대한 동등하게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는 논리다.
◇4:1→3:1→2:1=헌재의 헌법불합치 결정은 이미 예고돼 있었다. 지난 10년간 헌재는 선거구 인구편차를 점진적으로 줄여나가는 결정을 내려왔다. 1995년 헌재는 선거법상 선거구역표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리며 인구편차가 4대 1을 넘어선 안 된다는 기준을 제시했다. 2001년에는 기준을 다시 3대 1로 좁히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당시 재판부는 “2대 1 편차 기준이 선거권 평등의 이상에 접근하는 안이지만 편차를 벗어난 선거구 81개를 모두 재조정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고 밝혔다. 또 도시와 농어촌 간 개발 불균형이 심각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라도 3대 1까지의 인구편차는 허용해야 할 필요도 있다고 봤다.
박한철 이정미 서기석 재판관은 “현실이 13년 전에 비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며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도농 간에 나타나고 있는 경제력의 현저한 차이나 인구격차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국회의원들을 통해 지역 이익이 대표될 이유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논리였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현행 선거구 헌법불합치] 국회의원 지역 대표성보다 ‘투표가치의 평등’에 더 무게
입력 2014-10-31 0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