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와 춤, 연기 실력까지 필요한데다 상대 배우와의 호흡이 완벽히 맞아야 하는 공동창작물 뮤지컬. 종합예술인 이 분야에 아이돌 그룹 멤버들이 서는 모습을 탐탁치 않게 바라보는 시선이 있다. 바쁜 스케줄 때문에 연습실 한 번 들르기가 어렵고, 기존 배우들보다 실력이 떨어지는 모습도 많다. 수준 미달 무대로 관객들의 질타를 받았던 공연도 비일비재했다.
그런데 다음 달 28일부터 내년 2월 1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아트센터에서 막을 올리는 뮤지컬 ‘올슉업(All shook up)’은 주인공을 아이돌 그룹 멤버로 포진시키는 과감한 수를 뒀다.
제국의아이들의 김동준(22), B1A4의 산들(본명 이정환·22), 블락비의 유권(본명 김유권·22)과 함께 원조 아이돌 가수 지오디의 손호영(34)이 엘비스 역을 맡았다.
30일 언론에 공개한 서울 종로구 김상옥로의 뮤지컬 ‘올슉업’ 연습실은 대중의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킬 만큼 진지하면서도 열정적인 분위기였다.
십여 명의 출연배우가 하나가 된 간이 건물 속 허름한 연습실은 순식간에 조명과 세트 없이도 화려한 무대로 바뀌었다. 배우들은 마이크 장치와 의상, 분장 없이 민낯과 육성만으로 배역에 완전히 녹아들었다.
2009년부터 이 뮤지컬에 출연해 온 손호영은 자유자재로 캐릭터를 가지고 노는 노련한 모습을 보였다. ‘블루 스웨이드 슈즈’를 부른 김동준은 엘비스 프레슬리의 ‘소울’을 완전히 이해한 듯 폭발적인 가창력과 매력을 한껏 선보였다. 이들과 함께 그룹 애프터스쿨 출신 가희(본명 박지영·34), 배우 강성진(43), 앙상블 멤버들까지 어깨를 들썩이게 하는 신나는 무대를 이어갔다. 특유의 무대 매너와 자연스러운 춤 실력이 묻어나는, 어설프지 않은 무대였다.
작품은 로큰롤의 황제라 불리는 미국 가수 엘비스 프레슬리(1935∼1977)의 노래로 만들어졌다. 기타리스트인 엘비스, 그에게 다가가려 남장을 한 여인 나탈리, 그리고 엘비스가 사랑에 빠진 여인 산드라 등 청춘남녀들의 엇갈린 사랑이야기가 그의 노래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러브 미 텐더’ ‘캔트 헬프 폴링 인 러브’ 등 엘비스 프레슬리의 히트곡 24곡이 140분의 공연시간 동안 끊임없이 흐른다.
뮤지컬 ‘올슉업’은 2005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후 2007년 국내에 처음 소개됐다. 2010년 이후 4년 만인 올해 다시 막을 올린다. 올드팝 음악을 듣고자 하는 중년층 뮤지컬 관객들과 좋아하는 아이돌 그룹 멤버의 새로운 모습을 보기 원하는 10대 팬들에게도 큰 관심을 받고 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
아이돌 나오면 어설프다? 편견을 깨라!
입력 2014-10-31 02: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