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선거구 인구편차 시정 마땅하나 보완할 점 많다

입력 2014-10-31 02:46
오는 2016년 치러지는 20대 국회의원 선거 지형도에 혁명적인 변화 요인이 발생했다. 헌법재판소가 30일 국회의원 선거구별 인구편차를 3대 1로 정한 현행 공직선거법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헌재는 “3대 1 이하 인구편차 기준을 적용하면 지나친 투표 가치의 불평등이 발생할 수 있다”며 편차를 2대 1로 바꾸라고 입법 기준을 제시했다. 헌재 결정은 헌법이 규정한 평등선거 원칙은 물론 세계적 추세에도 부합한다.

헌법불합치 결정은 오래전부터 예고됐다. 헌재는 인구편차 기준을 1995년 4대 1로 정했다가 2001년 3대 1로 낮췄다. 이때 헌재는 “앞으로 상당한 기간이 지난 후에는 2대 1을 기준으로 위헌 여부를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헌재의 이번 결정은 13년 전의 예고를 공식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헌법은 보통, 평등, 직접, 비밀선거를 선거의 4대 기본원칙으로 규정하고 있다. 평등선거는 모든 유권자가 같은 수의 표를 행사하고 투표 가치에 있어서도 동등해야 한다는 ‘1인1표 1표1가’ 원칙이 핵심이다. 현행대로라면 1표3가까지 차이난다. 이러한 불평등을 해소하려면 인구편차를 1대 1로 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나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까닭에 최대한 인구편차를 줄여야 평등선거 원칙에 가깝다.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등 의회민주주의 선진국들은 일찍이 선거구별 인구편차가 2대 1을 초과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인구편차를 3대 1로 폭넓게 허용함에 따라 시·도별 인구와 의석수가 비례하지 않는 기현상이 생겨났다. 지난해 말 현재 충청 인구가 호남 인구를 앞질렀는데도 의석수는 충청(25석)이 오히려 호남에 비해 5석 적다. 굳이 “투표 가치의 평등은 국회의원의 지역 대표성보다 우선해야 한다”는 헌재의 잣대를 들이대지 않더라도 누가 봐도 비정상인 것을 정치권은 그냥 방치해 왔다. 영호남에 지역기반을 둔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이 자신들 텃밭을 지키려고 3대 1 인구편차를 최대한 활용해 인구수를 무시한 채 주고받기 식으로 선거구를 획정한 결과다.

인구편차를 엄격하게 제한하는 게 헌법정신에 맞는 것이긴 하나 지나치게 제한할 경우 지역 대표성 훼손 문제가 대두될 수 있다. 인구의 도시 집중화 현상이 계속되는 한 도시 선거구는 느는 반면 농어촌 선거구는 줄게 돼 있다. 대도시 자치구에선 국회의원이 3∼4명 배출되는 반면 농어촌의 경우 4∼5개 자치단체에서 고작 한 명의 국회의원이 나오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지역균형 발전을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헌재 결정으로 정치권은 내년 12월 31일까지 선거구를 다시 획정해야 한다. 그러나 선거구 획정을 정치권에만 맡겨서는 만날 그 밥에 그 나물이다. 객관성을 담보하려면 제3의 민간 전문가 그룹에 맡기는 것도 방법이다. 차제에 중대선거구제, 권역별 비례대표제, 석패율제 도입 등 국회의원 선거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그러려면 머뭇거릴 여유가 없다. 헌재가 정한 내년 말까지 남은 기간은 14개월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