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녀’ 잠수함 타는 여군들] 성평등 의식 높은 노르웨이 최초 허용… 이어 덴마크·스웨덴도

입력 2014-11-15 02:13
미 해군 토머스 벨칙 대위(왼쪽)가 코네티컷주 그로톤 소재 해군잠수함학교에서 해군사관학교 여생도에게 잠수함 승조원의 임무를 가르치고 있다. 미 해군 제공

세계에서 처음으로 여군의 잠수함 근무를 허용한 나라는 노르웨이다. 노르웨이 해군은 1985년 금녀(禁女)의 공간이던 잠수함의 문호를 여성에게 활짝 열었다. 덴마크(1988년) 스웨덴(1989년) 호주(1998년) 독일(2001년)이 뒤를 따랐다.

북유럽 국가들이 먼저 잠수함의 빗장을 연 데는 높은 여성권익 의식이 한몫했다. 지난 2013년 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한 ‘세계 성(性) 격차 보고서’에 따르면 성평등지수가 가장 높은 곳은 아이슬란드 핀란드 노르웨이 순이었다. 이들 지역은 20여년째 여성권익 의식이 가장 높은 곳으로 평가받고 있다. 노르웨이는 1995년에는 세계 최초로 잠수함 함장에 여군을 임명하기도 했다.

첨단 원자력 잠수함 70대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잠수함 강국’ 미국은 2010년에야 여군의 잠수함 승선을 허용했다. 여군도 잠수함에서 근무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의견은 2000년대 초부터 제기됐지만 성 군기 문란에 대한 우려가 발목을 잡았다. 미국은 남·여군이 함께 근무하는 수상함과 항공모함에서 발생하는 성 기강 문란 사건으로 골치를 앓고 있었다. 좁은 잠수함에서 남녀가 함께 근무할 경우 이 문제가 더 심해질 것을 우려했다.

하지만 2009년 마이클 멀린 당시 합참의장이 “여성에게 기회를 넓혀줘야 한다”며 “잠수함 근무 금지 규정은 변경돼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한 데 힘입어 2010년 4월 여군의 잠수함 근무금지 정책이 폐지됐다. 2014년 현재 대형 잠수함 6척에 20여명이 근무 중이다.

미군은 여군들만 승선하는 잠수함 USS 일리노이호를 2015년에 배치할 예정이다. 미국은 영부인들이 잠수함의 후원자가 돼 승조원 및 가족들과 특별한 관계를 맺는 전통이 있다. 일리노이호는 이 지역이 고향인 영부인 미셸 오바마 여사가 후원한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부인 로라 부시 여사는 USS 텍사스호와,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부인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USS 컬럼비아호와 후원 관계를 맺고 있다.

미국이 여군의 잠수함 승선을 허용하자 보수적인 영국도 뒤늦게 빗장을 풀었다. 2009년부터 여군의 잠수함 승선을 놓고 논란을 벌여온 영국은 2011년 결국 여군 근무를 허용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