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 좋은데 스펙까지 욕심일까요?… 교회 30대 세 누나들의 '솔직 수다'

입력 2014-11-01 02:37 수정 2014-11-01 14:31
바야흐로 가을은 '결혼의 계절'이다.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황홀하다. 한데 현실은…. 애인은 고사하고 소개팅 한번 못한 채 이 가을을 보내고 있는 30대 크리스천 미혼 여성들을 만났다. 20대 화려한 청춘을 대부분 교회에서 보내다 눈 깜짝할 새 30대를 맞이한 일명 '교회누나'들이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믿음의 전사' 같은 누나의 모습은 아니었다.

긴 생머리에 하얀 얼굴, 춥긴 해도 짧은 치마가 어울리는 여성들. 지난 26일 서울 도산공원에서 만난 초등학교 교사 이지혜(31·가명), 피아니스트 최수정(32·가명), 프리랜서 아나운서 정지선(32)씨는 "교회 공동체 안에서 믿음의 배우자를 찾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대부분 교회 청년부의 남녀 성비가 2:8에 이를 정도로 여초현상이 심각하니 그럴 수밖에. 그럼에도 '킹덤 패밀리'를 꿈꾸며 일과 사랑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열심히 쫓는 여성들과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친구의 결혼소식이 반갑지 않다

-올가을 청첩장 많이 받지 않았나. 주변에서 결혼에 대한 압박이 심할 것도 같다.

△이지혜(이하 지혜)=“언제 결혼해? “남자친구 아직 없어?” “선 볼래?” 등의 질문을 자주 받는다. 우리나라에서는 결혼적령기를 넘기면 ‘무슨 문제가 있는 게 아닌가’란 시선을 받는다. 결혼 시기가 많이 늦춰졌음에도 그렇다. 주변에서 청첩장을 많이 받지만 어중간하게 아는 사람에겐 그냥 축의금만 보낸다. 실속 있게(웃음).

△정지선(지선)=결혼식에 가면 신부 예쁘다고 칭찬하고 축복을 빌어주지만 사실 집으로 돌아오면 마음이 허전하다. 그래서 요즘엔 결혼식에 잘 안 가게 된다. 올해는 유독 그렇다.

△최수정(수정)=내 영적 상태가 안 좋으면 다른 사람을 축복해주기도 힘든 것 같다. 솔직히 이게 뭐하는 건가 싶기도 하고. 그래도 결혼식장에 가면 의식적으로라도 축하해주려고 노력한다.

-소개팅은 자주 들어오나.

△수정=순수하게 사람을 좋아하는 게 힘든 건 사실이다. 20대엔 소개팅을 통해 남자친구를 사귀었는데, 30대 이후로는 그런 적이 거의 없다. 차라리 순수할 때 진심으로 좋아했던 사람하고 적당히 결혼했으면 좋았을 텐데라는 뒤늦은 후회도 해본다.

△지혜=그건 남성들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나이가 드니 쉽게 여성을 만나지는 못하는 것 같다. 확실히 연상남과 연하남의 느낌은 다르다. 선이나 소개팅을 나가도 예전처럼 가볍지만은 않다.

-그렇다면 나이가 들수록 남자 보는 눈도 많이 달라졌을 것 같은데.

△지혜=어릴 땐 외모, 학벌, 능력을 봤다. 키는 큰지, 차는 가졌는지 등등. 그런데 지금은 대화가 잘 통하는지, 다른 사람을 배려할 줄 아는지부터 본다. 즉, 성품이 중요하다. 최근엔 ‘과연 이 사람과 평생 동반자로 살아갈 수 있을까’ ‘나는 이 사람을 위해 죽는 것도 감수할 수 있을까’ 같은 생각도 해본다.

△지선=예전에는 원하는 배우자 제목을 쭉 나열하면서 기도하기도 했는데 지금은 변했다. 나도 죽을 때까지 완벽하게 준비될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나에 대해 더 알게 되면서 타인에 대한 시선도 성숙해지는 것 같다. 아예 안 믿는 사람보다는 그래도 최소한 믿음의 바탕이 있는 사람이 좋다. 그런데 믿음이 좋다 나쁘다는 판단할 수 없는 일이다.



신실한 남자 찾기 힘들어요

-너무 믿음을 내세우는 건 아닌가. 오히려 그게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나.

△수정=많은 자매들이 소망하는 배우자 상을 얘기할 때 믿음 있고 좋은 성품이면 된다고 말한다. 그러나 믿음이 있다고 해서 이성적 호감이 저절로 생기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믿음이 없는 남성에게 마음이 열리기도 한다. 하지만 성경에는 “너희는 믿지 않는 자와 멍에를 함께 메지 말라 의와 불법이 어찌 함께하며 빛과 어둠이 어찌 사귀며”(고전 6:14)라고 했다. 믿음은 좋은데 성품이 안 좋은 경우, 반대로 성품은 좋은데 믿음이 없을 경우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고민이다. 신앙도 좋고 성품도 좋으면 더 말할 것이 없겠지만 현실적으로 찾기 힘들다.

△지혜=우리가 원하는 배우자의 믿음은 목회자 수준이 결코 아니다. 다만 배우자도 예수님을 믿길 바라며 최소한 신앙에 대해 이야기가 서로 통하기를 소망하는 것이다. 그리고 배우자의 믿음 문제는 하나님께 전적으로 맡겨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하나님은 전지전능한 분이다. 그분의 계획하심을 우리는 이해할 수 없으며, 그분의 전지전능하심을 우리가 과소평가해서도 안 된다.△지선=전적으로 동감한다. 하나님이 어떻게 역사하실지 아무도 모른다. 믿지 않는 배우자를 만나게 하시고 그를 전도하게 하실 수도 있으니까. 배우자의 믿음이 어때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섣부른 것 같다. 우리 믿음도 매순간 변하지 않나. 다른 사람에게 믿음이 있다, 없다를 함부로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 믿음이 약한 사람도 하나님이 만져주시면 하나님의 사람으로 변할 수 있다.

-교회에서 만나 결혼하면 최고의 커플일 텐데. 현 상황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지선=교회 자매들은 많은데 형제는 별로 없다. 여초현상이 심각하다. 보통 2:8이지 않은가? 그 안에서 믿음과 마음이 맞는 사람을 찾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만남의 가능성을 교회로만 한정지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수정=의외로 교회 형제들이 자매들보다 더 눈이 높다. 예뻐야 하고 믿음도 좋고 집안도 좋고 직업도 좋고. 형제들이 자매들보다 더 영악하다. 교회활동에만 전념하는 형제들은 솔직히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자신의 삶을 뒷전으로 팽개치고 봉사에만 치중하는 이들을 보면 어딘가 정서적으로 결핍돼 보인다.

△지혜=대예배 드리는 청년들과 청년부에 나오는 청년들의 물이 다르다고 하더라. 열심히 사는 청년들은 청년부 안 다닌다고 한다. 이유는 피곤해서다. 잘나가는 사람들도 교회 붙박이로만 있지 않는 것처럼, 달란트가 있다면 세상에 나가서 복음을 전해야 한다고 본다. 교회에 중독된 것처럼 열심히 활동하는 형제들을 보면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그런 형제들이 있는 반면, 교회에는 전사 같은 누나들도 많다.

△지선=교회에 오랫동안 헌신했던 언니들은 교회의 보배 같은 존재들이다. 믿음 좋고 인물 좋고 열심히 살고. 나무랄 게 없는 언니들이다. 얼마나 간절하게 결혼 기도를 했을까 싶다. 그들을 향한 하나님의 원대한 뜻이 이뤄지길 소망한다.

△수정=교회 언니들이 계속 섬김의 자리에 있는 걸 보면 안타깝다. 그동안 헌신할 만큼 헌신하지 않았나. 왜 목사님들이 계속 그들을 콜링하는지 모르겠다. 이제 언니들이 배우자를 만나 제2의 인생을 살도록 교회에서 장려해줘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매칭 프로그램 도입을 주장하는 바이다. 오랫동안 교회에 남아있는 언니들을 보면 안타까우면서도 위기의식이 생긴다. 나도 그 모습을 따라 갈까봐.

스킨십? 키스 정도는…

-혼전순결 지키자는 것 자체를 촌스럽게 여기는 시대다. 우리나라 드라마에서도 자연스럽게 나온다.

△지선=요즘 사회적인 풍토가 크리스천이라고 별반 다르지 않다. 교회에서도 속도위반하는 케이스를 많이 봤는데 나는 평생 한 사람하고만 사랑하며 살고 싶다. 특히 성은 하나님이 부부에게만 준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수정=목사님도 속도위반해서 온 사람들 주례 많이 해봤다고 하시더라.

△지혜=혼전순결은 꼭 지켜야 한다. 성에 대해 제대로 교육받은 남성이라면 정말 사랑하는 아내와 하는 것이라고, 그렇게 행동할 것이다. 느낌이 올 때 해야 하는, 동물적 본능이라는 사람은 분명 야동보고 배웠겠지.

-그렇다면 결혼을 약속한 사람과의 스킨십은 어디까지라고 생각하는가.

△지혜=표현은 자유롭게 하고 싶다. 스킨십을 통해 서로 더 사랑할 수 있는 것 같다. 그러나 그만큼 조심해야 한다. 하다보면 진도를 더 나갈 수 있으니까. 내가 선을 긋기보다 남자가 지켜주길 바란다.

△지선=서로 지켜야 할 규칙을 만드는 게 좋을 것 같다. 예를 들어 너무 늦은 시간에 만나지 않기, 대낮에 만나기, 둘만이 있는 밀폐된 장소 피하기 등.

△수정=결혼 전까지 지키고 싶다고 말하면 남자가 이해해주지 않을까? 손잡고 키스 정도는 되는데, 조심스럽다.

믿음이냐? 스펙이냐?

-결혼은 '현실'이다. 남자의 스펙을 안 볼 수는 없지 않나.

△지선=나는 가능성을 본다. 지금은 촌스러워 보이는데 내가 좀 꾸며주면 괜찮을 것 같은 그런 사람. 지금 88만원 받지만 일에 자부심이 있고 성실한 '깜'이 보이는 사람이라면 결혼할 수 있다. 직장 남성이 돈 모으기 쉽지 않다는 것을 잘 안다. 하나님이 정해준 사람이라는 확신이 들면 어려움도 감수해야 하지 않나?

△지혜=자기관리가 철저한 사람, 자존감이 있는 남성이면 좋겠다. 진정한 크리스천이라면 하나님께서 주신 자기의 일을 성실히 해야 한다. 근데 솔직히 말하면 배우자가 나보다 조금 더 많이 벌었으면 좋겠다. 연봉 3500만∼3800만원 정도. 물론 이 이상으로 돈을 번다고 하면 말리지 않겠다(웃음).

△수정=희망사항이 있다면 남자가 집을 장만하고 내가 혼수로 살림을 해오는 것이다. 집은 20∼33평형 정도. 상황이 안 되면 형편에 맞춰 조율하면 된다. 남자가 반드시 집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왕이면 다홍치마'다.

-어떤 가정을 이루고 싶은가.

△지선=부부가 서로 사랑하고 친밀해서 그 사랑이 아이들에게 전달되는 가정을 만들고 싶다. 소박하지만 진실하고 따뜻한 결혼을 하고 싶다. 킹덤 패밀리를 꿈꾸는데 하나님의 때를 기다린다.

△지혜=내가 앞으로 갖게 될 가정을 주님의 손에 맡기려 한다. 결혼은 하나님의 때가 있는 것 같다. 때로는 답답하고 지치기도 하는데 주변에 결혼한 언니가 말하길 다 내려놓고 하나님께 온전히 맡겼을 때 응답하신다고 하더라.

△수정=부부 간 소통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남자뿐 아니라 여자도 지혜롭게 잘 표현해야 한다. 상대방이 마음 상하지 않도록 나에 대한 의견도 어필해야 하고. 속에 쌓이면 나중에 결국 펑 터진다. 소통을 잘하는 가정을 만들고 싶다.

김아영 기자 cello0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