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외교안보팀 위기 대응능력 ‘뭇매’

입력 2014-10-31 02:25
최근 수전 라이스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외교 전문가들을 초청해 행정부의 외교정책 수행능력을 평가하고 조언을 듣는 시간을 가졌다. 곧 라이스 보좌관은 시리아 및 중국 정책 등과 관련해 전문가들의 거센 비판에 직면해야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30일(현지시간) 이슬람국가(IS)의 잔인성이 판치는 중동, 신(新)냉전으로 치닫는 유럽, 서아프리카의 에볼라 확산 등 위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그의 외교안보팀이 위기대응 능력을 갖췄는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민주당 일각에서 내각과 외교안보팀의 개편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제기하고 있으나 오바마 대통령은 2008년 대선 때부터 관계를 맺어온 ‘충성스러운’ 소수의 백악관 참모들에게 더욱 의존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데니스 맥도너 백악관 비서실장이 지난 13일 ‘콜럼버스 데이’ 휴일에 다이앤 파인스타인 상원 정보위원장의 샌프란시스코 자택까지 날아가 9·11테러 이후 중앙정보국(CIA)의 테러리스트 구금 및 고문 조사보고서의 개정을 논의한 것을 대표적인 예로 들었다. 이런 민감한 문제를 비서실장이 떠맡은 데 대해 의회 관계자들은 의아해했지만 오바마 대통령의 측근 의존도를 보여주는 사례다.

여기에는 존 케리 국무장관과 척 헤이글 국방장관이 오바마 1기 행정부 때의 로버트 게이츠 전 국방장관과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보다 무게감이 떨어지는 측면도 작용한다.

NYT는 케리와 헤이글 장관이 행정부 내에서 ‘존재감’을 확보하고 오바마 대통령을 에워싼 참모진의 벽을 뚫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면서 두 사람에 대한 행정부 내부의 시각을 소개했다.

케리 장관은 백악관 토론 등에서 자신의 의견을 직설적으로 토로하지만 공식 석상에서 백악관의 입장과 동떨어진 얘기를 자주 한다. 그래서 백악관 관리들은 농담조로 그를 영화 ‘그래비티(Gravity)’에서 배우 샌드라 블록이 연기한 우주에 홀로 남은 우주비행사에 비유한다. 백악관의 입장과 상관없이 ‘공중제비’를 한다는 것이다.

헤이글 장관은 회의에서 거의 말을 하지 않는다. 오바마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운 마틴 뎀프시 합참의장이 헤이글 장관을 대신해 국방부의 의견을 설명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오바마 대통령이 에볼라 대응 책임자로 임명한 조 바이든 부통령의 전 비서실장 론 클레인은 아직 이렇다 할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