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수들이 대학원생들에게 저지르는 횡포가 개인의 일탈 수준을 넘어서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가 29일 공개한 ‘대학원생 연구환경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절반에 가까운 45.5%가 언어·신체·성적 폭력, 차별, 사적 노동, 저작권 편취 등의 부당한 처우를 당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전국 14개 대학의 대학원 총학생회가 카이스트, 포스텍 등 전국 대학원생 235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다. 교수집단이 낡은 유교적 전통과 도제관계의 틀에 편승해 대학원생들을 노예 부리듯 하는 못된 관행이 개선되기는커녕 더 고착화하는 것이 아닌지 우려스럽다.
교수들의 ‘갑질’은 외부의 감시나 견제가 거의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다른 직종이나 산업계에 비해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다. 이번 조사 결과에서도 부당한 처우를 겪은 대학원생의 65.3%가 폐쇄적인 학계 풍토, 엄격한 상하관계 및 불이익 처분 우려 때문에 문제 제기를 하지 않고 넘어갔다고 답했다. 대학원생쯤 됐으면 교수의 부당한 갑질에 당연히 저항해야 하지 않느냐고 말할지 모른다. 그러나 석·박사학위 논문 심사에서 지도교수의 역할이 절대적이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갑을 관행’ 폐지의 주체는 학생이 아니라 교수가 돼야 마땅하다.
청년위원회는 이날 총 3장 14개조로 구성된 ‘대학원생 권리장전’을 선포했다. 개인존엄권, 학업·연구권, 공정한 심사를 받을 권리, 학업과 사생활의 균형을 스스로 결정할 권리(자기결정권), 부당한 일 거부권, 저작권 등을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현실적 구속력이 없는 선언문에 불과하다. 대학원생 인권 침해가 교수 개인의 일탈이 아닌 구조적 문제인 만큼 대학 인권센터 설립 의무화, 조교 표준근무환경 보장 및 근로계약서 체결, 대학원 학생회의 법적 위상 보장 등의 제도적 통제 방안을 담은 대학원생들의 10대 요구가 훨씬 더 설득력 있는 대안이라고 본다. 그보다도 먼저 양심적인 교수들이 나서서 사제 간 갑을관계를 청산하기 위한 학내 감시기구 설립과 같은 자정 노력을 구체화해야 한다.
[사설] 최고 지성 대학교수들의 꼴사나운 ‘甲질’
입력 2014-10-31 02: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