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관찰사는 절대 권력을 가진 지방장관이었다. 중앙정부 정책을 집행하면서 지방의 행정 사법 군사 치안 징세 등을 총괄했다. 무관직인 병마절도사와 수군절도사를 겸하는 경우도 많았다. 관찰사의 현대적 표현은 시·도지사다. 1948년 정부 수립 때 서울시장은 장관급, 도지사는 차관급 예우를 받았다. 조선시대 서울시장 격인 한성판윤이 정2품, 관찰사가 종2품이었다는 점을 염두에 둔 결정이다.
삼권분립이 철저하고 행정이 투명한 민주정부에서 시·도지사의 권한은 관찰사보다 약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지방장관이라는 묘한 매력 때문에 고위 공무원들에게는 선망의 대상이었다. 행정고시 합격자들이 앞 다퉈 내무부 근무를 지원한 것도 시·도지사를 꿈꿔서다. 시·도지사는 간혹 총리실과 총무처에서 발탁하기도 했지만 대다수는 지방행정에 밝은 내무부 소속 1급 공무원을 승진시켜 내보냈다.
지방자치제가 전면 실시된 95년 이후에는 시·도지사가 주민투표로 선출되고 4년 임기가 보장되기 때문에 그 위상이 크게 높아졌다. 대부분 정치인 중에서 선출돼 대선주자로 발돋움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시·도지사 예우는 여전히 차관급에 머물러있다. 청와대 수석비서관, 외청장, 검찰의 검사장, 시·도교육감, 서울부시장 등이 차관급이다. 지방선거 때 시·도지사가 되려고 서슴없이 사표를 던지는 국회의원도 차관급 대우를 받는다.
전국 시도지사협의회의 최대 현안 중 하나는 시·도지사의 장관급 격상이다. 지난 8월 정종섭 안전행정부 장관과의 간담회에서 이를 정식으로 요구했으며, 지난 28일 제주도에서 열린 시도지사협의회 총회에서는 이 내용을 성명서에 넣었다가 비판 여론을 염려해 빼는 해프닝이 있었다. 시·도지사의 정치적·행정적 위상과 업무 중요도를 감안할 때 이들의 주장은 일리가 없지 않다. 특히 경기도의 경우 인구 1250만명에다 연 예산이 16조원이라는 점에서 다른 시·도와 구분해 지사를 장관급으로 격상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만하다. 인구 14만명인 세종특별시장과 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데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성기철 논설위원 kcsung@kmib.co.kr
[한마당-성기철] 경기지사와 세종시장
입력 2014-10-31 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