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가 사랑에 빠질 때는 강한 '한 방'이 필요하다. 한마디로 '필(feel)'이 꽂혀야 한다. 더 정확히 말하면 눈에 '콩깍지'가 끼어야 사랑이 시작된다. 하지만 이것도 20대 한창 꽃필 때 얘기다.
결혼에 관한 30대 크리스천 미혼 여성의 '솔직 수다'에서 최수정(32·가명)씨는 "나이 들수록 사람에게 호감을 갖는 게 어렵다"고 말했다. 소개팅 횟수도 부쩍 줄고, 순수한 만남 자체가 힘들다고 토로했다. 이지혜(31·가명)씨도 "확실히 연상과 연하의 느낌은 다르다"며 "남성이 어린 여성에게 관심을 갖는 게 이해된다"고 했다.
그렇다면 서른을 넘긴 이들 여성에게 콩깍지는 요원한 걸까. '국내 1호 부부강사'인 가정문화원 두상달(74) 장로, 김영숙(70) 권사가 이들이 궁금해 하는 결혼에 관한 질문을 중심으로 코칭에 나섰다. 일단 결론부터 말하면, 결혼 적령기는 없다. 콩깍지는 얼마든지 낄 수 있다.
똑똑한 여자가 ‘루저’ 만난다?
두 장로 부부는 요즘에는 결혼 적령기가 따로 없다고 말했다. 자기가 결혼할 때가 적령기라는 것이다. “내가 결혼할 때만 해도 25∼26세가 적령기였는데, 50년이 지난 지금은 따로 결혼시기가 없어졌다. 31세에 결혼한다? 엄마들이 ‘괜찮아. 꽃다운 나이야’라고 한다. 33세에 결혼한다? 그때도 ‘음∼ 아직 괜찮아’ 그런다. 36세에 결혼한다고 하면 ‘좀 늦었나? 에이 뭐 임자 만나면 괜찮다’고 하더라.”(김 권사)
“적령기가 늦어진 건 맞다. 평균수명이 늘어났으니 30대 초반은 괜찮다. 그런데 매칭회사에서 여성이 30세를 넘으면 분명 만남의 횟수가 줄어든다. 나이 들수록 어떤 현상이 나타나는가 하면, 주변에 잘난 남성들은 다 가고 없다. 반면 똑똑한 여성들은 많다. 그만큼 ‘루저’를 만날 가능성이 높다.”(두 장로)
결국엔 눈을 낮춰야 한다. 말로는 “다 내려 놨어요”라고 하지만, 정작 그렇지 않다는 게 이들 전문가의 진단이다.
“그냥 지나가듯 ‘어서 시집가야지’라고 말한다. 그렇게 말만 해서는 안 된다. 왕자님, 장관감, 대통령감 다 놓친다. 그렇게 놓친 공은 늘 커 보인다. 적당한 남성을 만나 훈련하면서 가야 한다. 평생 좋은 밤이 오기를 기다리면서 준비만 하다가 그 밝은 낮은 다 지나가버린다. 나이 들수록 한 가지만 따져라. ‘낮은 데로 임하소서.’ 눈높이를 낮추라는 말이다.”(두 장로)
믿음이냐, 성품이냐, 스펙이냐…
낮은 데로 눈을 돌린다고 해도 포기할 수 없는 게 분명 있다. 크리스천 미혼 여성들은 배우자를 고를 때 신앙과 성품을 중요하게 본다고 일관되게 답했다. 특히 성품이 더 고려의 대상이다.
이에 대해 김 권사는 “예수님을 믿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25세에 나는 약사였다. 그 정도면 빠지지 않는 조건이었다. 하지만 결혼할 때 하나만 봤다. 신앙이 있나 없나. 이야기를 해보면 믿지 않는 사람과는 말이 안 통했다. 어느 선에서 한계가 느껴졌다. 스펙이 좋다고 그게 평생 지속될까? 이건 아닐 수 있다. 그러면 스펙이 나쁜 남성과 결혼했다고 평생 그저 그렇게 살까? 이것도 아닐 수 있다. 왜냐하면 결혼은 두 사람이 시너지를 만들어가며 성장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스펙도 무시할 수 없지만 신앙의 유무는 꼭 봐야 한다.”(김 권사)
“신앙과 인격은 다르다. 그런데 신앙 없이 성품만 유하다고 목표가 같아지나? 물론 예외적인 경우가 있다. 폭력이나 술주정 도박 같은 병적인 기질을 타고난 사람과는 살 수 없다. 그래서 데이트할 때 ‘단 한번이라도 폭력이 있었다면 헤어지라’고 강하게 조언한다. 거칠고 사나운 인격은 데이트할 때 보면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혼하면 나아지겠지’ 하고 진행한다. 그 부분에 대해선 자신이 책임져야 한다. 신앙이 있다면 함께 기도하고 함께 훈련받을 수 있다. 그런 과정을 통해 많은 부분에서 바뀔 수 있다.”(두 장로)
그렇다고 신앙에 얽매어 믿지 않는 사람과의 만남까지 피하지는 말라고도 귀띔했다. 두 장로 부부는 “믿지 않는 부모님이 조건 좋은 남성과 선을 보라고 강요한다면 일단 만나라”며 “대신 만나서 괜찮으면 자연스레 신앙 이야기를 꺼내면 된다”고 충고했다. 부부는 “소개팅한다고 다 결혼하는 것이 아니다”면서 “부모님의 의견은 적극 수용하고 참고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혼전순결, 절대 고루한 것 아니다
크리스천 미혼자들도 피해갈 수 없는 게 바로 성(性)이다. 사랑한다면, 성적 유혹에 흔들릴 수 있다. 지난 5월 하이패밀리와 국민일보가 공동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크리스천 미혼남녀 열 명 중 여섯 명은 ‘사랑하는 사이라도 성관계는 안 된다’고 말해 다소 보수적인 성의식을 가진 것으로 조사됐지만, 그럼에도 두 명 중 한 명은 성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혼전 성관계를 도덕적으로 나쁘다고만 하던 시대도 지났다. 사실 ‘혼전순결’이라는 말이 고루하게 들리는 때이지만, 두 장로 부부는 단호했다. “순결을 말하기 전에 이 남성과 성관계를 맺은 후에 내 인생이 어떻게 될지를 한번 생각해보라. 이 사건이 내 인생에 플러스가 될까, 마이너스가 될까를 깊이 생각해 보라는 말이다.”(김 권사)
“진도가 나갔다면 거기서 멈춰라. 결혼 전 순결이 무너지면 여성은 남성의 의견에 끌려가고, 남성은 정복자의 입장으로 바뀐다. 이는 결혼 후에도 불신의 불씨가 된다. 분명히 말하지만 결혼식 전까지 성관계는 안 된다. 정 힘들면 빨리 결혼해라.”(두 장로) 내 인생에서 적어도 불리하지 않기 위해 ‘순결’을 지킬 필요가 있다고 부부는 조언한다.
‘결혼 면허증’을 따라
결혼은 서로 다른 사람이 만나 조화를 이뤄가는 종합예술이다. 그래서 반드시 준비가 필요하다. “결혼 면허증이 있는가?” 두 장로 부부가 크리스천 미혼자들을 만나면 꼭 묻는 질문이다.
결혼 준비는 이 면허증을 딴다는 자세로 공부해야 한다. 책이나 세미나 등을 통해 결혼의 원리, 올바른 결혼관, 남녀의 차이, 대화의 기술, 부부의 역할, 아름다운 성생활에 대해 적극적으로 배워야 한다.
“결혼예비교육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누군가를 만나 결혼하고 살다보면 서로 갈등은 불 보듯 뻔하다. 사람은 상대 중심이라는 걸 배워야 한다. 내 중심으로 네가 나한테 맞춰라? 이건 사랑이 아니다. ‘내가 당신한테 맞출게요’라고 말하는 것, 이게 사랑이다.”(김 권사)
“결혼은 100점짜리와 100점짜리가 만나서 200점을 이루는 게 아니다. 부족하고 불완전한 사람들, 즉 20점짜리와 30점짜리가 만나 100점을 향해 나가는 것이다. 적당히 모자란 가운데 그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노력하는 삶이 결혼이다. 철저한 예습이 필요하다.”(두 장로)
30대 크리스천 미혼 여성들이여, 일단 ‘결혼 면허증’부터 따자. 그리고 눈을 낮추자. 열정적으로 누군가를 만나자. 눈에 콩깍지가 끼는 것은 그때여도 늦지 않다.
노희경 기자 hkroh@kmib.co.kr
[신앙과 결혼 사이, 길을 묻는다] '국내 1호 부부강사' 두상달 장로·김영숙 권사
입력 2014-11-01 02: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