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가장 아름다운 덕수궁 돌담길에 가을빛이 한창이다. 알록달록 단풍이 보도 위까지 흘러내린다. 가을비가 내리면 단풍 물결이 사람들 가슴속까지 올라와서 채운다. 덕수궁 돌담길을 지난 정동 끝자락에 정동공원이 있고, 공원 북쪽을 바라보면 이색적인 하얀 전망탑이 나온다. 이 일대가 옛 러시아 공사관 터이다.
경복궁에서 을미참변을 겪은 고종은 왕세자와 함께 1896년 2월 러시아 공사관에 몸을 의탁했다. 이 아관파천은 친일 내각을 무너뜨렸지만 나라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 공사관 의탁 생활 1년 동안 정부 인사와 정책은 러시아 공사와 친러파가 마음대로 주물렀고, 열강은 이권쟁탈에 열중했다. 비난 여론이 비등하자 고종은 공사관 인근 현 덕수궁으로 환궁했다.
지금 옛 러시아 공사관은 전망탑만 남았다. 러시아 건축가 사바친(A I Seredin Sabatin)이 설계하여 1890년에 완공한 르네상스식 벽돌 3층 구조인 전망탑엔 아치형 출입구가 있다. 공사관 모든 건물은 6·25 때 파손되고 지하층과 탑 부분만 남아 있다. 서울시는 건물터를 발굴해 기단을 드러낸 다음 그 위에 굵은 모래를 얹어 공사관의 규모를 보여줄 계획이다. 문화유산국민신탁은 11월까지 매주 토, 일요일 오후 1시30분 정동극장 앞에서 정동투어(02-752-7525)를 무료로 진행한다.
최성자(문화재청 문화재위원)
[톡톡! 한국의 문화유산] 전망탑만 남은 옛 러시아공사관
입력 2014-10-31 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