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후 8시30분쯤 해경 경비정이 환한 조명 불빛과 함께 전남 진도 팽목항에 들어왔다. 세월호 침몰 197일 만에 발견된 시신을 싣고 있었다. 마음 졸이며 기다리던 실종자 가족들은 경비정이 도착하자 긴장감에 휩싸였다. 선착장 인근에 차려진 천막에서 검시 절차가 진행되고 앰뷸런스에 옮겨지는 모습을 가족들은 아무 말 없이 바라봤다. 곳곳에서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한 가족은 슬픔을 이기지 못해 쉰 목소리로 “아이고…” 울음을 터뜨렸다가 간신히 삼켰다. 시신은 오후 8시53분 앰뷸런스에 실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식을 위해 옮겨졌다.
단원고 2학년 3반 황지현(17)양으로 추정되는 시신은 전날인 28일 오후 5시25분쯤 선체 4층 중앙 여자화장실 부근에서 발견됐다. 민관군 합동구조팀은 29일 오전 4시8분부터 5시36분까지 시신 인양을 시도했지만 강한 조류로 실패했다. 오후 5시19분쯤 민간 잠수사들이 다시 투입돼 1시간여 만에 시신을 수습했다.
시신은 여성 옷차림을 하고 있었다. 키는 165㎝가량이며 발 크기는 250㎜. 숫자 ‘24’가 적힌 남색 긴팔 티셔츠와 남색 레깅스를 입고 있었다. 황양의 부모는 실종자 가족의 법률대리인 배희철 변호사가 미리 찍어 보내준 시신 사진을 보고 “지현이 옷이 맞다. 신발 사이즈도 같다”고 확인했다. 부모는 사진을 본 뒤 “미안하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시신은 부패가 진행돼 상당부분 훼손됐고 신체 일부 부위는 이미 백골화됐지만 실종 기간에 비해 상태는 비교적 양호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신이 발견된 4층 화장실은 몇몇 생존자들이 “단원고 학생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곳이다. 황양 부모는 “딸이 몸이 좋지 않아 자주 화장실에 갔을 것”이라며 이 구역의 수색을 수차례 요청했다. 하지만 성과가 없자 구조팀은 수색이 완료되지 않은 4층 좌현 선미 객실에 황양이 있을 것으로 추정해 왔다.
전날 시신을 처음 발견했던 잠수사가 이날 다시 바다에 들어가 시신을 수습했다. 그는 “처음 확인해 위치를 잘 아니까 직접 내려가서 다시 수습을 시도해보겠다”며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감압챔버에서 간간이 휴식을 취하며 작업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화장실 구역 대부분이 붕괴돼 입수한 지 25분 만에 간신히 진입할 수 있었다. 빛이 없는 데다 진흙도 많아 앞이 거의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도 시신 훼손을 막기 위해 최대한 신중히 작업에 임했다. 이 잠수사는 발견과 인양 당시의 충격으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조팀은 해경 경비정으로 전남 진도군 팽목항으로 시신을 옮겨 DNA 검사를 진행해 신원을 파악할 계획이다. 신원 확인에는 최장 12시간가량 소요되지만 비교 대상 가족 수가 몇 명 되지 않는 점을 감안하면 시간은 훨씬 줄어들 수도 있다.
이날 오전 팽목항에서 황양의 생일상을 차렸던 부모는 오후 2시 진도군청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앞서 다시 생일잔치를 열었다. 준비한 케이크에 초를 꽂고 다른 실종자 가족들과 생일 축하노래를 불렀지만 목메여 노래를 마치지는 못했다. 황양 어머니는 오랜 체육관 생활 끝에 무릎이 상해 병원 치료를 받기도 했다.
시신 수습 소식을 들은 실종자 가족 20여명은 오후 7시부터 선착장에 나와 기다렸다. 황양으로 추정된다는 보도가 있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을 지울 수 없어서였다. 황양의 시신이 DNA 검사를 위해 떠난 뒤 아버지 황인열(51)씨는 다른 실종자 가족 품에 안겨 눈물을 쏟으며 “남아 있는 다른 가족들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진도=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세월호 실종자 추가 시신 수습] “생일 미역국에 힘냈구나…” 기다리던 가족들 울음 삼켜
입력 2014-10-30 0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