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현아! 생일 축하해

입력 2014-10-30 04:00
세월호 실종자 황지현양 시신이 수습된 29일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 황양 얼굴 그림과 함께 '단원고 2-3 황지현'이라고 쓴 추모 설치물이 바람에 나부끼고 있다. 황양은 세월호 침몰사고 후 197일 만에 싸늘한 시신이 돼 부모 품으로 돌아왔다. 연합뉴스

세월호 침몰 197일 만에 엄마 품으로 돌아온 단원고 2학년 3반 황지현(17)양. 지현이는 황인열(51)씨 부부가 7년 만에 얻은 외동딸이다. 부부는 진도 팽목항에서 지내는 동안 매일 지현이의 아침밥을 차려왔다. 오전에 상을 차리고 오후에 수색 브리핑을 듣느라 하루에도 수차례 진도실내체육관과 팽목항을 오갔다. 꼭 만나게 될 것이란 희망을 놓지 않고 매일 딸만 생각하며 버텼다.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던 딸이다. 취미 삼아 노트에 친구 얼굴과 만화 캐릭터를 그렸다. 미술을 전공해보라는 권유에 “돈이 많이 들어 부담 드리기 싫다”고 거절했다. 최근 중국어 공부를 시작했지만 세월호 참사로 끝내 꿈을 이루지 못하게 됐다.

시신이 올라온 29일은 지현이의 18번째 생일이었다. 어머니 심명섭(49)씨는 오전 8시부터 체육관 식당에서 미역국을 끓이고 케이크, 삶은 계란, 과자 등을 곁들여 생일상을 준비했다. 오전 10시30분 부부는 팽목항 등대길에 지현이 생일상을 놓고 “힘내서 꼭 돌아오라”고 나직이 속삭이며 음식 일부를 바다에 뿌렸다. “우리 딸이 좋아하는 음식 정성껏 차렸으니 맛있게 먹으렴. 어서 돌아오길. 이 엄마 품으로….” 어머니는 먼 바다만 하염없이 바라봤다.

부부가 지현이를 만난 건 오후 8시45분쯤이다. 해경 경비정이 침몰 현장에서 수습한 시신을 팽목항에 내려놨다. 하얀 천에 싸여 돌아온 딸의 모습에 어머니는 오열했다.

지현이는 학교에서 늘 웃는 밝은 아이였다고 한다. 또래 친구들처럼 아이돌 가수를 좋아해 노래를 따라 부르던 순진한 여고생이었다. 아빠에게는 투정도 부리고 애교도 많은 소녀였다. 황씨는 늦게 얻은 외동딸을 애지중지 키웠다. 오순도순 단란했던 세 가족의 삶은 세월호 참사로 악몽이 됐다. 아버지는 딸이 실종됐다는 사실이 지금도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사고 이후 거의 매일 바지선을 타고 수색현장에 나가며 딸이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한 실종자 아버지는 “황씨가 누구에게 화를 내거나 언성을 높이는 걸 본 적이 없다. 구조팀에게도 늘 친절했고 오히려 잠수사들의 안전을 더 걱정했다”며 “슬픔을 견뎌내는 점잖은 분이어서 팽목항 사람들이 다들 좋아했다”고 말했다. 황씨는 “사고 전날 딸이 문자를 보내왔었다. 그때 전화를 걸어 직접 통화하지 않은 게 가장 후회된다. 목소리도 듣지 못하고 이렇게 떠나보낸 게 너무 한스럽다”며 눈물을 떨궜다.

진도=김영균 조성은 기자 ykk22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