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감독’ 이상민 5게임 만에 웃다

입력 2014-10-30 04:17
29일 전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전주 KCC-서울 SK의 경기에서 KCC 하승진이 호쾌한 덩크슛을 성공시키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삼성이 67-53으로 앞서 있던 경기 종료 4분 38초 전. 삼성의 초보 사령탑 이상민 감독이 작전시간에 선수들에게 소리쳤다. “버티면 돼!” 이 감독의 목소리엔 승리에 대한 절박함이 묻어났다. 삼성 선수들은 막판 맹렬한 추격전을 벌인 부산 KT를 상대로 잘 버텼고, 마침내 4연패의 수렁에서 벗어났다.

삼성은 29일 부산사직체육관에서 열린 2014∼2015 KCC 프로농구 부산 KT와의 경기에서 29점을 쓸어 담고 13리바운드를 잡아낸 외국인 선수 리오 라이온스의 활약에 힘입어 77대 67로 이겼다. 4연패 늪에서 벗어난 삼성은 2승6패로 공동 최하위에서 9위로 올라섰다. 4연패에 빠진 KT는 3승5패가 됐다.

삼성은 공격 땐 빨랐고, 수비 땐 끈끈했다. 무엇보다 승리에 대한 선수들의 의지가 강했다. 삼성 선수들 중 가장 돋보인 선수는 라이온스였다. 키스 클랜턴이 부상으로 퇴출된 바람에 혼자 뛰어야 하는 라이온스는 내외곽을 가리지 않고 뛰며 원맨쇼를 벌였다.

삼성은 경기 초반 스틸에 이은 속공으로 주도권을 잡았다. 삼성의 속공에 당황한 KT는 당황하며 실책을 쏟아냈다. 1쿼터 스코어는 24-10으로 삼성의 14점 차 리드였다. 삼성이 37-24로 앞서 있던 2쿼터 종료 1분 57초 전 변수가 발생했다. 전창진 KT 감독이 심판의 판정에 항의하다 퇴장당한 것. 졸지에 사령탑을 잃은 KT 선수들은 더 흔들리기 시작했다. 반면 호재를 만난 삼성은 불끈 힘을 냈다. 삼성은 41-28로 앞선 채 전반을 마쳤다. 승부는 사실상 여기서 갈렸다.

정규리그 통산 3583개 도움(역대 2위)을 기록할 정도로 뛰어난 포인트가드 출신인 이 감독은 “빠른 농구로 삼성의 전성시대를 재현하겠다”고 팬들에게 약속했다. 하지만 명장들이 버티고 있는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이 감독은 연패를 거듭하며 심한 마음고생을 했다. 경기에서 패할 때마다 선수들을 탓하지 않고 “나의 역량이 부족한 탓”이라고 했다. 삼성 선수들은 이 감독의 희생적인 리더십을 보고 몸을 사리지 않고 뛰었다. 승리에 대한 집념도 더욱 강해졌다. 확 달라진 삼성은 KT전에서 놀라운 경기력을 펼쳐 보였다.

이 감독의 빠른 농구는 아직 미완성이다. 턴오버 수를 줄여야 하는 등 과제가 산적하다. 하지만 이 감독은 KT전에서 자신의 ‘빠른 농구’가 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이 감독은 경기 후 “초반부터 강압 수비를 하고 속공 찬스 때 밀어붙이라고 주문했던 것이 유효했다”며 “경기에 앞서 과거는 잊고,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자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이어 “다음달 1일에 외국인선수가 들어올 예정이다. 새로운 외국인선수의 이름은 에센소로 6일 동부전부터 뛸 것으로 예상된다. 가나-미국 이중국적의 선수로, 힘도 좋고 적극적이며 10∼15분 정도 힘 있게 뛸 수 있는 선수”라고 새 외국인선수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한편 서울 SK는 전주실내체육관에서 전주 KCC를 83대 71로 꺾고 2연승을 거뒀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